북아프리카가 새로운 ‘테러와의 전쟁’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말리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반군, 외국인 노동자들을 포함해 최소 81명이 숨진 알제리 천연가스 시설의 이슬람 무장세력 인질극. 

 미국 주도의 서방 연합군이 아프간 수렁에서 발을 빼려고 낑낑 애를 쓰는 동안에 아프리카에서는 또 하나의 거대한 전선이 등장했네요. 

 그런데 이게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의 부메랑 효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자에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맥락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말리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반군의 모습)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세력이 자리잡을 수 있는 나라가 어딘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검토해봅니다.

 그리고 아프리카 지도를 살피던 중, ‘말리’라는, 뭐 전략적으로 그저그런 나라가 탁 하고 눈에 밟힙니다.

 “1992년에 쿠데타가 났다가 민주정으로 이양한... 그 산유국 알제리 밑에 있는 나라 아닌가? 사하라 사막 바로 밑에 목초지대인 사헬지역, 법망이 미치지 않는다는 그 넓은 지역을 끼고 있는 그 나라 말이지?”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한 미국은 2002년 사헬지역의 테러리즘을 소탕하기 위해 6억20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서 이 지역 4개국의 군인들이 자체적으로 테러리즘에 대항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킵니다. 그 중 일부가 말리의 젊은 군인들이었죠. 서방이 군인을 파견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지역에서 꿈나무 인재를 무럭무럭 키워서 악의 세력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해결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헬지역에 턱하니 걸터앉은 알카에다 영향권 및 장악권)



 그런데 뭔가, 하나 빼먹은 거 같지 않습니까. 

 그렇죠. 빼먹었습니다. 협조하는 정부가 누구고, 훈련받는 이들이 누구인지, 

 미국은 급한 마음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훈련을 받은 말리의 젊은 군인들?

 지난해 3월 말리에서 쿠데타를 일으켜서 민주정을 전복시킨 바로 그들입니다.

 그런가하면 이중 일부는 말리 북부에 가서 투아레그족의 독립무장항쟁을 돕습니다. 

 이 움직임이 알카에다마그레브(AQIM)의 말리 북부 장악과도 연계돼있죠. 

 그러니까,

 가이사르의 것을 가이사르에게 돌려주는 마음가짐으로

 미국의 지원으로 대테러리즘 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이 스킬을 갖고 이제 서방을 공격하기 시작한 거죠. 

 말리에 파병된 프랑스 군인들이 “아니! 말리 이슬람 반군이 왜 이렇게 훌륭하지...”라며 의아스러워했다죠. 

 네, 역시 미제의 기술은 훌륭했다, 그런 얘기가 되는 건가요. 




(미국의 아프리카사령부의 엠블렘. 줄여서 아프리콤이라고 부른다.)



 범사헬 반테러리즘 지원을 받은 다른 3개국을 볼까요. 

 모리타니? 군인이 집권했습니다. 

 니제르? 군인이 집권했습니다. 

 차드? 군인이 집권 못했군요. 2006년 쿠데타 실패. 




 왜 이렇게 망한 걸까요.

 일단 기부 전에 단체의 회계감사 내역을 살펴보는 꼼꼼함이 없었다는 게 문제로 꼽힙니다.

 리비아 내전 당시 무아마르 카다피를 전복시키려 반군들에게 무기를 제공했다가, 그 무기를 말리 반군이 들고 돌아왔다는 점은 오판이었겠죠.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들에게 중화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이 리비아 때의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가나 코피아난연구소의 퀘시 아닝은 “실패한 정부조직과 실패한 행정은 중앙 정부에 대한 반감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무기 쥐는 훈련만 시킨다고 해결되는 게 테러리즘이면, 왜 전쟁사에 그 숱한 테러리즘이 뿌리뽑히지 않은 채 계속될 수 있었겠어요. 

 ‘강경 이슬람주의는 나쁜거! 나쁜 거니까 뿌리 뽑아야 하는거! 때치! 맴매!’

 이런 식으로 지역마다 다른 정치 역학관계는 싸그리 무시하고 북아프리카에 덤볐으나 결국은 실패했다고 전문가들이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북아프리카의 대테러 전선은 '부메랑'이었던 거죠. 


 이에 대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알제리 인질 사건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직면한 테러리즘의 위협을 상기시킨다"면서 "앞으로 수십년간 계속될 수도 있다. 전세계가 대응해야 한다"고 연설에서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응하기 전에,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지 신중하게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10년 전의 실수에서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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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