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는 친구가 없는 외로운 아이였어요. 

 

 나비는 멋진 날개를 팔랑이며 쇠똥구리를 놀렸어요. 

 "어머나, 너는 땅을 기는 아이구나! 평생 땅 밖을 벗어나본 적이 없겠네!"

 나비는 큰 나무 큰 산을 넘어 훨훨 날아갔어요. 


 벌은 윙윙 소리를 내며 쇠똥구리를 놀렸어요. 

 "임마, 발 여섯개를 달고 태어났으면 적어도 꿀은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똥이 뭐냐 똥이 깔깔깔...."

 벌은 투명한 배에 가득히 든 벌을 씰룩씰룩 자랑하더니 휭 하고 사라졌어요. 


 사마귀는 멋진 앞발을 척척 휘둘러보이면서 쇠똥구리를 놀렸어요. 

 "세상은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지. 남을 잡아먹는 자가 강한 거야! 그런데 넌 냄새나서 못먹겠다!"

 거미는 나뭇가지 사이에 지은 멋진 거미줄 사이에서 쇠똥구리를 놀렸어요. 

 "집이라고 하면 자고로 우아하게 하늘에서 내려보는 맛이 있어야지, 넌 어떻게 그런 땅에서 사니?"


 쇠똥구리는 오늘도 열심히 땅 위를 움직여요. 

 들판 위의 말캉하고 따뜻한 똥을 향해 경쾌하게 룰루랄라 걸어가지요. 

 똥을 동글동글 뭉쳐서 멋진 똥경단을 만들 수 있는 재주는 오로지 쇠똥구리만의 것이에요. 


 쇠똥구리는 나비처럼 화려한 날개가 부럽지 않아요. 

 꿀처럼 단 먹이가 부럽지도 않아요. 

 사마귀처럼 무섭게 친구들을 잡아먹는 힘도 부럽지 않아요. 

 거미처럼 높은 곳의 집도 부럽지 않아요. 


 쇠똥구리에게는 쇠똥구리만의 삶이 있으니까요. 

 땅 위에 있어도, 초라해 보여도,

 쇠똥구리에게는 소중한 '자신'이 있으니까요. 


 그런 쇠똥구리에게 가장 즐거운 순간은

 달 없는 캄캄한 밤, 똥 경단을 굴려 집에 갈 때, 

 하늘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별무리, 

 은하수를 바라보는 것이랍니다. 

 반짝이는 은하수를 보면 우리 집이 어디에 있는지 쇠똥구리는 알 수 있어요.

 들판 어딘가 아무리 먼 곳에서 길을 잃어도 

 쇠똥구리의 소중한 이들이 있는 곳, 

 처음 출발했던 그 곳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똥 경단 위에서 더듬이와 발을 들고 춤을 추다보면, 저절로 몸은 우리 집을 향하거든요. 

 

 똥 경단 춤을 출 때, 

 똥 경단을 굴릴 때, 

 쇠똥구리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은하수만큼 행복해요. 


(끝)



                        (사진출처: 커런트바이올로지) 


지난주 쓴 '쇠똥구리, 은하수 보고 길 찾는다' 기사를 쓴 뒤 뭔가 동화 한 편을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 했습니다. 


이하 1월 26일자 2면에 실린 기사 내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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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의 눈은 먼 하늘 은하수를 향해 있었다. 

 쇠똥구리가 은하수에 의지해 길을 찾는다는 사실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스웨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고 BBC가 24일 전했다. 길이 2㎝도 되지 않는 이 풍뎅잇과 곤충이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에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똥 경단’을 집까지 무사히 가져가는 비결은 하늘 위의 빛무리였다.

 사람과 새, 물개 등은 별을 보고 방향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곤충에서 이 같은 행동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야행성인 쇠똥구리가 별빛이 강처럼 흐르는 은하수는 알아보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똥 경단을 경쟁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똥더미에서 직선거리로 빨리 멀어져야 한다. 은하수는 이 직선 경로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쇠똥구리들이 똥 경단 위에서 ‘춤’을 추면서 해와 달, 편광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다는 사실은 실험으로 입증했다. 하지만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이들이 어떻게 길을 찾는지는 궁금증으로 남아 있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밤하늘을 투영한 실험실에서 쇠똥구리의 행동을 관찰했고, 은하수의 뿌연 빛만 있을 때에도 길을 잘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은하수를 가리거나 밝은 별빛만 보여주었을 때에 쇠똥구리들은 길을 잃었다. 

 연구를 주도한 스웨덴 룬드대 연구원 마리 데크는 “쇠똥구리들은 겹눈을 갖고 있어서 하늘의 가장 밝은 별들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의 세계에서 은하수는 ‘인도하는 빛’으로 추정된다. 귀뚜라미개구리는 달 없는 밤에 단 두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나방 같은 다른 곤충류도 별빛을 지표 삼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커런트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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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