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노르딕 모델’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은 “국가에 세금 많이 내고, 혜택도 많이 받는 나라”입니다. 사실 이는 1990년대 이전의 상황에 해당되지요. 작지만 강한 나라, ‘강소국’인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이 네 나라들은 1990년대 이후에는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서 경제도 살리고 복지도 잡은 일타쌍피 일석이조의 개혁으로 2007년 재정위기 이후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이에 관해 ‘차기 수퍼모델’이라는 최신호 표지기사를 실었네요. 재작년 경향신문 특별기획 ‘복지국가를 말한다’ 팀장을 맡아서 노르딕 국가들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취재담당 유정인 기자와 고민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 기사가 왠지 친숙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유주의 성향이 좀 강해서 가려서 볼 필요는 있긴 하지만, 내용은 좋아요. 주요내용을 살펴볼게요.



                               (퀴즈: 국기를 보고 국가명을 맞춰보세요.   사진출처:더리얼싱가포르닷컴)



 작은 나라들의 정부개혁은 다른 나라들에게 아이디어를 주곤 합니다. 1980년대 대처리즘과 민영화를 추진한 영국이 그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종종 싱가포르의 사례를 언급하곤 하죠. 차기의 대세는 ‘노르딕 4개국’이 될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네요. 남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2007년 경제위기 이후 성장둔화와 막대한 재정적자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이들 바이킹의 후손들은 국가경쟁력부터 복지와 국민행복도에 이르기까지 톱클래스 안에 들기 때문이죠. 노르딕국가들은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국민의 요구에 빠르게 답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거든요. 



 노르딕국가들은 1970년대~80년대에는 ‘고부담 고복지’의 사회주의체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땅이 척박한 탓에 살기가 어려워서 부조의 개념이 각 지역사회를 토대로 상당히 강했던 사회문화의 전통이 있었거든요.) 1993년 스웨덴의 공공부문 지출은 GDP의 67%에 달했다고 하네요.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자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심지어 소득의 100% 넘게 세금으로 냈을 정도라니, 통 크게 걷어 통 크게 썼던 정도가 짐작이 되지요. 


 하지만 이같은 경제모델은 1990년대에 위기를 맞습니다. (스웨덴의 경우 “80년대 사민당이 ‘제3의 길’을 표방하면서 금융부문을 개방했는데 이는 당시 초호황과 맞물려 부동산 거품을 일으켰다가 90년대 거품이 폭락하며 금융위기로 이어졌다”고 하지요.) 1970년대 세계 4위 부국이던 스웨덴은 1993년 14위로 추락합니다.

 이후 노르딕 국가들은 기수를 오른쪽으로 틉니다. 우파정당이 2006년, 2010년 잇따라 선거에서 승리한 이래 현재 스웨덴의 GDP대비 정부지출비율은 18%로 프랑스보다 낮고 곧 영국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세는 22%로 미국보다도 낮습니다. 연금개혁도 해서 미래세대가 현 세대를 부양하는 부담도 줄이고 장기적인 정부 재정건전성도 확보했죠. 스웨덴 정부가 매년 쓰는 가계부에서 적자율은 0.3%로 미국 7%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공공서비스에 있어서 노르딕국가들은 ‘흑묘백묘’식입니다. 공공서비스가 제대로만 굴러간다면 제공자가 민간이건 공공이건 별로 개의치 않죠. 그래서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공공병원의 운영을 사기업에게 맡깁니다. “교육과 보육, 의료서비스도 무상에 가까운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는 가운데 약국과 병원 등 일부 기관의 민영화를 통해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하죠.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도 서로 경쟁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택의 문제라고 하면 밀턴 프리드먼은 미국보다는 스톡홀름이 더 친숙할 것”이라고 한줄 요약을 했네요.



 사실 이같은 정책은 정부가 투명할 때에만 가능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학교와 병원들의 실적과 성과는 평가되고, 정부는 극도의 투명성을 요구받습니다. 스웨덴에서 정치인들이 만약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자전거 말고 검정색 리무진이라도 타고 다닌다 치면 권위적이고 부패한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크다죠.


 신자유주의의 또다른 이름인 대처리즘과 다른 점은 이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복지국가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큰 정부와 경쟁력있는 자본주의를 결합한 건데, OECD비율의 2배에 달하는 전체 노동자의 30%가 공무원인 식으로 국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거죠.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강해졌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사회안전망도 든든하게 지키고 있죠.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자리도 알선해주고, 실업수당도 챙겨주니까요. ‘flexicurity’라는 단어로도 정의되죠. 물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가리지 않습니다. 

(여담으로, 스웨덴에 취재갔던 유기자가 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한 얘기를 했더니, 그곳 노동자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직업을 잃었다는 수치심 때문이냐”고 되물었다구요. 직업을 잃으면 밥줄이 끊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사회안전망은 단단했던 거에요.)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유무역의 원칙에는 꽤나 충실합니다. 스웨덴의 대표적 자동차회사인 사브는 파산했고, 볼보는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매각됐죠. 자본주의 원칙은 지키되 그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쪽을 꾀하는 거죠. 


 물론 이 노르딕모델은 완전하진 않습니다. 사람이 만든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코노미스트는 공공부문 지출이 이들 국가에서 여전히 높아서 지속가능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냐고 지적하네요. 높은 세금을 피해서 세금이 낮은 나라로 이주하는 젊은이들은 여전하고 국가의 복지혜택에 의존하는 이민자들도 너무 많다구요. 


 하지만 노르딕 국가들에게 배울 가장 큰 교훈은 실용주의가 아닐까 싶어요. 현재 많은 국가들이 노르딕모델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폐기 일보직전의 모델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서야 하는 필요에 따른 것이기도 하죠. 깨끗한 정부를 운영하고, 국민의 믿음을 얻고, 그럼 납세저항도 줄어들고, 사회가 연대해서 함께 복지국가를 만들어서 불안한 개인들이 좀 더 안심하고 미래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마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상 요즘 뜬다는 노르딕 모델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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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