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에 등장한 인공 신체기술의 결정체, 바이오닉맨 ‘렉스’(Rex)는 낡거나 고장난 신체부위를 마치 ‘부품 갈아끼듯’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줍니다. 



                                               (미...미... 미남이시군요.             사진: channel 4)


 총 제작비용 100만달러(약 10억원)가 들어서 ‘1백만불의 사나이’라고도 불리는 이 로봇에는 미국·영국·호주 등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렉스를 만든 제작사 섀도 로보틱스는 “위장을 제외한 인체의 60~70%가 기계적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는데요. (역시 위장은 섬세하구나...)


 렉스의 인공심장은 100% 플라스틱으로 만든 혈액을 규칙적으로 펌프질합니다. 비장은 혈액 내 오염물질과 독성물질을 걸러내고 췌장은 혈액의 당수치가 올라가면 인슐린을 분비하구요. 인공신장으로는 노폐물을 걸러냅니다. 냉장고만한 혈액여과기인 인공신장은 찻잔 하나 크기로 줄어들었죠. 이중 신장을 제외하면 모두 실제 장기이식에 사용되는 것들입니다. 인공 폐와 방광은 아직 개발단계라고 하네요. 


 기술이 좀 더 발전한다면 이제는 장기이식을 기다리지 않고 인공장기들을 사서 몸의 낡은 장기를 버리고 새 장기를 끼울 수 있게 되겠죠.


 렉스의 팔다리도 놀랍습니다. 손으로는 물건을 잡아서 돌리고 팔로는 들어올리죠. 모터와 용수철로 근육과 아킬레스건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다리는 걷거나 뛰는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힘을 배분합니다. 장애나 사고로 팔다리를 잃었다면 이제는 인공팔이나 인공다리를 사서 끼면 되는 시대가 되는 걸까요.

 이 바이오닉맨은 의사소통도 가능합니다. 인공달팽이관을 통해 소리를 인식하고, 전자홍채와 망막을 통해 빛과 영상을 감지합니다. 합성된 음성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이 기술은 우리의 호킹 박사가 써서 이미 유명하죠.) 



 

                                             (이동보조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걷고 있는 렉스. 키는 2미터.   사진출처: 가디언)




 저는 기계는 잘 모르지만 최근 나온 뉴스들을 조합해보면서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퀴즈쇼 ‘제퍼디’에서 승리한 슈퍼컴퓨터 ‘왓슨’이 미국 뉴욕주의 한 대학의 신입생이 돼서 기능을 향상한다는데, 

 DNA저장기술이 향상되면서 단 한 컵 분량의 DNA에 현재까지 만들어진 모든 동영상 정보를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는데, 

 이런 식이라면 정말 똑똑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섬세한 작업까지 해내는 로봇이 조만간 등장하는 건 아닐까. 



 전문가들은 일단 그런 로봇이 등장하려면 지각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로봇의 ‘신경망’이 발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기술로는 우리의 손주 세대 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네요. (다행인건가...) ‘렉스’가 보여준 것은 인체와 흡사한 보조물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지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이 그랬듯이 사이보그 기술로 무적의 영웅이 된다는 스토리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구요. 

 하지만 어느 기사에서도 ‘로보캅’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음, 너무 바이오닉하지 않아서 그런가?




                                                      (렉스의 모델이 된 베르톨트 마이어박사. 그의 왼손은 바이오닉손. )



 이같은 ‘바이오닉맨’의 등장은 우리 신체에 대한 개념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그 기계가 효율적이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면 신체지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렉스의 모델이 된 베르톨트 마이어 스위스 취리히대 심리학교수는 “예전에 착용했던 플라스틱 의수는 가짜처럼 보이는데다 끝에 달린 갈고리는 무섭게 생긴 외양 때문에 사람들을 겁주고는 했다”면서 “지금 착용하고 있는 바이오닉손은 진짜 내 손처럼 느껴져서 빼면 허전하다”고 말합니다. (그가 착용한 바이오닉손은 전세계 2000명이 사용 중으로, 단가가 약 3만파운드라고 합니다.)

 렉스의 다리를 개발한 휴 허 박사는 동상으로 두 다리를 절단했는데, “인공다리로 등산을 할 때면 오히려 예전 다리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네요. 

 기술이, 자연을 뛰어넘는 거죠. 



                                               (속보이는 남자, 렉스.            그래픽출처: 데일리메일) 



 인류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자연적인 진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혁명을 꿈꾸고 있는 듯 합니다. 

 인류의 뇌가 가진 한계는 인터넷과 막강한 정보저장기술을 통해 무한하게 확대되는 중이고, 이제는 인류가 가진 신체적인 한계를 기계를 통해 뛰어넘는 것이죠. 

 이같은 ‘교체 가능한 신체’에 대한 도덕적 논란도 앞으로 적지 않을 듯 합니다. 

 “뛰어난 성능의 인공 보조물을 착용하기 위해 기존의 신체를 절단하거나 떼어내는 것은 과연 도덕적으로 적절한가? 그렇다면 이 인공보조물은 우리의 신체 일부분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인가?"



 예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도입 이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신체 연장선으로 생각한다고 하죠. 

 기억은 인터넷에 '외주'를 줬다고도 하구요. 

그러고보니 기계와 생물의 경계는 이미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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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