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러 간 스웨덴인 A씨는 지난달 냉동식품 코너에서 ‘쇠고기 100%’로 만든 라자냐(파스타의 일종)를 구입했습니다. 

 대형 식품회사 ‘핀두스’가 만든 제품이니까 믿고 샀죠. 

 갈은 고기에 토마토소스 등으로 양념한 라자냐는 맛도 그럴 듯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통해 자신이 먹은 라자냐의 정체를 드디어 알게 됩니다. 

 ‘말고기 100%’. 쇠고기는 단 한 점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판매된 상품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는데, 사건의 파장은 갈수록 번지는 양상입니다. 





                                                             (스웨덴 핀두스사의 라자냐 제품 사진)



 말고기를 좀처럼 먹지 않는 서구인들의 식탁에 누가 이 말고기를 올렸나, 지금 식품업계와 유럽 정부는 ‘진범찾기’ 소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계화 속에 식품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묻는 사건이지요.

 하청에 하청이 꼬리를 물고, 단가를 줄이기 위해 묘안을 쥐어짜내다보니 고의든 아니든 불량한 식재료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말에는 식육동물에는 사용이 금지된 진통소염제 ‘페닐부타존’(일명 뷰트)이라는 약물이 사용됩니다. 이 약물은 심각할 경우 인체에서 혈액 교란이나 무형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동물 사료로나 쓸 싸구려 고기를 썼다’는 문제의 수준을 넘어섭니다. (추가: 영국 환경부는 14일 영국에서 도살된 뒤 프랑스로 수출된 말 가운데 3마리가 뷰트가 사용된 경우로, 식육 공급망에 유입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버거야 버거야, 너는 무엇으로 만든 거니? )



 말고기 파동은 지난 1월 중순 아일랜드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아일랜드 식품청이 자국과 영국에서 시중 판매 햄버거 제품 27종을 수거해 유전자(DNA) 조사를 한 결과 10개 제품에서 말의 유전자가 검출된 겁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에서 판매하던 햄버거에서는 말고기가 29%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후 영국에서는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의 패티 일부에서도 말고기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폐기처분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조사를 확대해보니, 햄버거 패티 뿐만 아니라 라자냐에도 말고기가 들어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알고보니, 유럽연합 내에서는 식재료 공급망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었던 겁니다. 



                                                           



 라자냐 원료가 되기까지, 문제의 말고기는 유럽 한 바퀴를 돌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문제제품을 판매한 스웨덴의 식품회사 ‘핀두스’는 문제의 라자냐 제품을 프랑스 업체 ‘코미겔’에서 납품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코미겔’은 룩셈부르크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프랑스 기업 ‘푸졸’에서 재료를 공급받았다고 하구요. 

 그런데 ‘푸졸’ 측은 “고기재료는 키프로스의 한 육류회사에서 사들인 것”이라고 하죠.

 이 육류회사는 “우리는 네덜란드 회사에서 샀다”고 하고, 

 이 네덜란드 회사는 “우리는 루마니아의 도살업체 두 군데서 공급받았다”고 말합니다. 

 (루트를 그리면 루마니아-네덜란드-키프로스-프랑스-스웨덴, 이렇게 됩니다. 빙글빙글…. )

 왜 말고기를 썼는지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재정적 이유”, 그러니가 돈 때문에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푸줏간에서 판매하는 말고기. 별미로 인기. 사진출처: 영국 텔레그래프)




 스웨덴 ‘핀두스’사는 프랑스의 ‘코미겔’사 및 관련 하청업체들을 계약위반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10일 밝혔습니다. 

 핀두스사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코미겔사는 악당”이라고까지 비난했네요. 

 코미겔사는 “우리도 속았다”면서 또다른 프랑스 기업 푸졸을 비난했습니다. 

 이거, 농식품산업 강국인 프랑스는 체면을 자칫 구기게 생겼군요. 부랴부랴 11일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가졌네요. 

 프랑스는 말고기를 ‘별식’으로 여겨서 푸줏간에서 팔기도 하지만, (영국은 말고기가 금기시되는 것과 상이하죠) 생산비용을 아끼려고 갈은 고기에 말고기를 섞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유럽의 개도국 루마니아는 만약 이번 말고기 파동의 ‘진앙지’로 드러날 경우 수년간 육류 수출 금지 등의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트라이안 바세스쿠 대통령이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부심하고 있죠. 





 이번 사건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소당한 ‘코미겔’사로부터 육류를 공급받은 회사에는 액스푸트, ICA, Coop 등의 다른 스웨덴 업체들과 알디 등 영국업체들도 포함돼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슈퍼마켓들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품들의 진열을 중단했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겠네요. 

 이번 사건의 파동이 좀 잦아들 무렵이면 여러 건의 민·형사재판에다 제재조치들이 잇따를 듯 합니다. 영단어로 ‘blame game’이라는 단어가 딱 하고 떠오르죠. 



(추가: 파이낸셜타이스는 13일자에서 경기침체로 선진국의 말 도축량이 크게 늘면서 결국 유럽의 ‘쇠고기로 둔갑한 말고기’ 스캔들로까지 이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제금융국 아일랜드에서 지난해 도축된 말 두수는 2008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2만5000마리인데, 아일랜드에서는 자기 소유의 말이 일종의 ‘신분재’로 인기를 모았지만 경제타격으로 유지비를 감당못한 말 주인들이 말들을 포기했다고 하네요. 영국의 지난해 육류 공급 목적의 말 도축은 3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난 9000마리였고, 미국에서 매년 버려지는 말은 10만마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말 도축이 늘면서 가격이 낮은 말고기 공급이 증가했고,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쇠고기로 둔갑해 유럽의 식탁에까지 올랐다는 거죠. )



(추가2: 2월 26일 현재 유럽의 말고기 파동은 쇠고기를 갈아 만든 재료가 들어간 냉동식품, 그러니가 네슬레의 파스타부터 이케아의 미트볼을 비롯하 피자, 고기파이, 케밥 등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확대일로네요. 

 하지만 유럽의 쇠고기 가공식품에 대해 우리나라는 광우병 위험우려 때문에 수입을 제한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말고기 걱정은 안하셔도 될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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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