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질서를 바꿀 사건이 시작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2년 안에 마무리짓겠다고 협상시한도 잡았습니다. 수십년간 말만 무성하던 두 경제거인의 무역담장 허물기가 이번에는 정말로 현실화될 모양입니다. 정말로, 세계 최대의 무역지대는 탄생하는 걸까요. 하지만 이 담장에는 여러 개의 ‘바윗돌’이 박혀있는지라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한번 잘 해보자구!                     그래픽 출처: 뉴유럽)


 

  지금 이 시점에 미국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 얘기가 나온 것은 양쪽 모두가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자와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두 거인들 사이에 놓인 무역장벽을 허물면 경제가 쌩쌩 돌아가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거죠. 

 둘의 경제규모를 합치면 거의 전세계 경제의 절반정도, 교역량으로는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니까요. 미국의 교역규모는 3조2462달러(2010년) 유럽연합은 4조2947달러(2009년)에 달합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국정연설에서 “대서양 양안의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은 보수가 좋은 일자리 수백만개를 미국에 가져다 줄 것”이라면서 운을 띄웠고, 유럽연합의 주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은 양측의 FTA를 통해 유럽연합 경제가 연간 0.5% 추가성장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12일 국정연설에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미국과 유럽의 FTA는 현재로서는 체결될 가능성이 더 높은 듯 합니다. 미국은 그동안 “에이쁠 받을 거 아니면 수강 안할거야” 내지는 “결혼할 사람 아니면 연애 안할거야”의 태도로 유럽과의 FTA 가능성에 임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번에는 정말 뭔 일이 나도 날 것이라는 거죠. 2015년을 목표치로 잡은 것 역시 유럽연합 현 집행부의 임기 내로 어떻게든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실제 양측의 자유무역협정은 어떤 효과로 이어질까요. 

 유럽집행위원회는 관세인하 효과는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간의 관세는 평균 4%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관세 관련 내용을 다루게 된다면 관세 철폐 쪽으로 가게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더 중요한 쪽은 양측의 상이한 규제 및 기술표준을 통일시키는 것이 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미국이랑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유럽 경제가 살아나요, 라고 말하는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먹거리 문제가 될 듯 합니다. 

 식량을 연료개념으로 생각하는 미국은 호르몬을 주입해 키운 소도 먹고 유전자변형작물도 먹죠. 하지만 유럽은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식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우리 소비자들의 건강과 직결된 식품 안전 문제 만큼은 절대 양보 못하겠거든?”이라고 말합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유전자변형작물이 아직 한 톨도 싹틔우지못했던 유럽입니다. 쉽게 꺾을 수 있는 고집이 아니죠. 하지만 미국의 농업관련 기업들은 벌써부터 의회 측에 “유럽 좀 달래보세요. 아니, 우리가 만든 먹거리가 뭐 얼마나 몸에 해롭다고 그렇게 까탈스럽게 군대? 과학적으로도 해롭다고 입증이 안되잖아요”라며 슬슬 압박을 넣을 분위기죠. 


 화학물질에 대한 유럽연합의 깐깐한 기준도 협상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럽연합은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생산기업이 유럽에 수출할 때에는 그 화학물질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증명하는 자체 실험 및 인증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죠. 유럽연합 시장을 지키려는 규제장벽으로 여겨지는데, 이걸 미국 측에서는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관련 부분은 양쪽이 그나마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분야라지만, 제약 특허권을 둘러싸고는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네요. 정부조달 부문까지 각각 상대방에게 개방할지 여부도 협상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두 거인이 손을 맞잡으면 얻을 수 있는 또다른 효과, 아니 사실 더 중요한 효과는 바로 정치적 위상의 재고입니다. 

 신흥경제국, 특히 중국을 견제할 수 있게 되겠죠. 

 유럽연합은 경제위기 이후 특히나 중국에 대해서 그리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일자리를 아웃소싱에서 가져간 중국에서 쏟아지는 저가의 상품이 유럽 시장을 어지럽힌다고 생각하는데다,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연합의 기업들을 중국이 ‘쇼핑’하듯 사들이는 데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죠. 서방 중심의 패권을 중국이 위협하는 듯 하는 모습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패권으로 떠오르자 외교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하겠다면서 부랴부랴 오바마 정부 때부터 외교전략을 다시 짠 바 있죠. 

 사실 미국이나 유럽은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늙을 날만 남은” 듯한 후기자본주의인데다, 빚으로 쌓아올린 경제가 2007년 금융위기로 한계상황에 봉착한 것도 드러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둘이 손을 잡으면, 여전히 서방이 세계 경제와 정치의 중심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겠죠.

 그뿐만이 아니죠. 두 나라간의 FTA에 규정된 기술적, 법적 기준은 향후 세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렇게 잃는 것보다 양쪽 다 얻는 게 많은 협상, 결렬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데, 이 마법의 주문 앞에서 당해낼 자 누구일까 싶네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는 법. 

  앞으로 2년동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죠. 


 

  그럼 미국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은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갖게 될까요. 


  긍정적 효과과 부정적 효과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경향신문과 14일 인터뷰에서 “유럽연합은 27개국이 모인 곳이어서 상품과 서비스구성이 다양면서도 언어나 문화 등 비관세 장벽도 낮기 때문에 경제적 만족도로 따진다면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한국보다는 양자간 직접교역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더라도 준비는 해야 한다는 뜻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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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