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몰락을 접할 때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보았던 것은 그 사람이 피워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자질이었을 뿐, 그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아니었을 거야. 우리가 그에게 완벽한 인간성을 기대했을 뿐, 사실 그건 처음부터 그에게는 없던 것이었겠지."


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다만 완벽을 원하는 대중이 만들어낸 완벽한 인간이라는 환상만이 있을 뿐.  

대중은 자신들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영웅'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투사하고는 그를 숭배할 뿐이죠. 


14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한 순간에 몰락한 세계적인 육상스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장애를 극복한 숭고한 올림픽 정신을 기대했지만 사실 그것은 피스토리우스 본연의 모습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당혹스럽지만, 체육인으로서 뛰어나다는 것이 꼭 인격적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 겁니다. 



                                           (남아공 경찰에 연행되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오른쪽).  프레토리아/AP)



 AFP통신은 그의 사생활이 평온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미녀들과 총기를 좋아했고 스피드광이었으며 돌출행동도 잦았다구요.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런던올림픽 육상부문에 출전해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이용해 트랙을 달린 그는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2009년 한 파티에서는 19세 여성을 ‘공격’한 혐의로 구치소에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하네요. 그의 전 여자친구인 사만다 테일러는 한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네요. "사망한 여성이 그가 데이트하던 유일한 여성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는 총기 애호가이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을 사격장에 대동한 적도 있다죠. 지난해 영국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잠자리에 들 때 권총과 자동소총, 크리켓 배트와 야구방망이를 곁에 준비해놓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의 집은 프레토리아에서도 안전한 주택가임에도 그는 강도가 침입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을까요.) 그가 쏜 네 발의 탄환 중 한 발은 피해자 리바 스틴캠프(30)의 머리에 맞았다고 하지요. 



 훈련하지 않을 때 그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폭주했습니다. 빠른 배를 타고 강 위를 달리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한 적도 있네요. 



   경기와 관련 구설에 오르기도 했죠. 지난해 장애인 올림픽 때에는 브라질의 알란 올리베이라 선수가 자신을 꺾고 200m 금메달을 차지하자 “올리베이라의 블레이드가 더 길어서 유리했다”며 이의를 제기해 비난을 사자 이내 사과했습니다. 



  6살 때 부모의 이혼, 15살 때 어머니의 죽음 등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성년기 역시 순탄치 않았네요. 



  현재 남아공 경찰은 피스토리우스가 당초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새벽에 강도가 집에 든 줄 알고 총을 쐈다"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날 밤에 그가 한 여성과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남아공 검찰은 15일 그를 '계획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겁니다. 

  재판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그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합니다. 그의 스폰서사인 나이키는 남아공에서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한 광고들을 철거, 중단한 채 14일 현재 언론에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피스토리우스를 모델로 한 나이키 광고 카피문구가 '나는 탄창의 총알 - 저스트 두 잇'이라니요..)



 설사 그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풀려난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이상 세상에 피스토리우스라는 '영웅'은 없겠지요. 








(추가: 피스토리우스의 재판이 '남아공판 O.J. 심슨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여년 전 미식축구 스타인 흑인 심슨은 백인인 전처와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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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