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지난 18일 밤 8명의 복면 괴한들이 5000만달러(우리돈 540억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강탈해 사라진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두 대의 차량에 나눠탄 이들은 공항의 보안장벽을 뚫고 활주로를 달려 스위스행 비행기에 막 실리려던 다이아몬드를 들고 사라졌다죠. 

 반올림해서 무려 17근(10kg)어치라고 합니다. 소고기가 이정도 무게면 우리 부원들은 물론이고 옆부서, 옆옆부서 부원들까지 모아다가 궈먹어도 남지 않을까 싶네요. 

 브뤼셀 공항이 시내와 가까운데다 철조망 하나로 둘러쳐져있긴 하지만, 설마 이런 사건이 벌어지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역시 뭘 해도 창의력이 중요한 건가요.



 이정도 스케일이면, 다이아몬드 한 줌 놓고 벌이는 범인과 형사의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 따위는 시시해보이지 않겠습니까. 이와 관련해서 CNN에 역대 주요 보석 탈취사건을 소개됐네요. 



 2003년 발렌타인데이.  벨기에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센터에서는 1억달러어치의 귀금속이 탈취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의 딱 2배인데요. 범행과정은 미션임파서블을 방불케합니다. 6살때 우유 심부름을 갔다가 5000리라(약 9000원)를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도둑으로 한 길을 걸어온 레오나르도 노타르바르톨로가 이끈 5인조 도둑들은 1년간 이 곳을 털 계획을 세우죠. 그렇게 열감지 센서, 초정밀복합자물쇠와 18인치 두께의 철문까지 10중 보안을 뚫고 금고를 텁니다. 감시카메라의 테이프도 바꿔치기해서 신원조회도 어렵게 만들죠.

 하지만 단 하나의 실수로 결국 체포되고 맙니다. 먹다 남긴 샌드위치를 범행 현장에 남긴 거에요. DNA샘플을 채취하고, 범인들은 붙잡힙니다. 하지만 보석들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네요. 이 사건에 영감을 얻은 소설도 있죠. ( Flawless - Inside the Largest Diamond heist in the History)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센터의 10중보안 시스템의 개요도)



 2007년에는 매력이 무기인 다이아몬드 도둑이 있었습니다. 앤트워프(또?)의 ABN암로은행의 주요고객이 돼서 직원들과 친해진 카를로스 헥터 플로멘바움이라는 남성이 있었는데요. 다들 “저분은 성공한 다이아몬드 사업가인가봐” 생각해서 은행 금고열쇠를 줬다나 뭐라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면 고양이는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분은 12만캐럿어치, 싯가 2800만달러 분량의 다이아몬드를 털어서 정문으로 유유히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앤트워프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는, 벨기에가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를 가공해 전세계로 공급하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요지이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 가공산업 중심지인 벨기에 안트워프의 다이아몬드 거래량은 연간 350억유로에 달합니다.)



                                           (여기가 그 파리의 범행 현장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진:AP)




 2008년 5월에는 파리의 보석상에 4인조 남성강도가 들었습니다. 그중 두 명은 여장을 했다네요. 총 1억2백만달러어치의 보석을 들고 튄 이들은 ‘드랙퀸 강도단’으로도 보석강도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고 하지요. 


 송년과 신년 분위기로 들썩이던 2008년 12월 31일에는 뉴욕의 다이아몬드상이 밀집한 지역의 한 상점에 정통파 유대교인 차림의 남성 두 명이 등장해 감시카메라에 스프레이를 뿌리시고 400만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와 보석들을 들고 사라지시니, 보석상 주인은 신년부터 대경실색했다고 하지요. 아니, 사실은 놀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 가게의 공동소유자가 100만달러 밀린 빚도 갚고 새로 든 보험 덕도 볼 겸 저지른 내부자 범죄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번에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는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BBC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전합니다. 

 그나마 가공 이전의 다이아몬드는 찾기가 쉬운 편인데요. 형태나 크기, 색깔 등에서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해안이나 강에서 캐낸 다이아몬드 원석은 산에서 캐낸 것보다 더 둥글둥글한 형태를 띄는 등의 특징을 보이죠. 특히 유엔이 만든 ‘킴벌리 프로세스’, 그러니까 독재정권이나 범죄집단이 ‘피의 다이아몬드’를 팔아 돈을 버는 일이 없도록 국제사회에서 다이아몬드에 ‘출신 및 성분’ 꼬리표를 붙이도록 하는 관행도 있습니다. 


 하지만 킴벌리 프로세스는 다이아몬드 원석이 국경을 건널 때에는 적용되지만 국가 내 원석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 맹점이 있죠. 일단 가공이 되면 이 다이아몬드들이 어느 집에서 누가 팔던 것인지를 알아보기는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다이아몬드가 대규모로 거래되는 인도나 미국, 이스라엘 등에 이 다이아몬드를 밀수해서 ‘보증서’를 위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해요. 


 다이아몬드의 출신을 세탁하는 또다른 방법은 다이아몬드에게 비행기를 여러번 태우는 겁니다. 두바이와 인도를 한 대여섯번 왔다갔다 하면 어느 곳의 다이아몬드인지 알기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다이아몬드에 육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표식을 레이저로 새겨넣는 최첨단 기술도 있다고 하는데요. 장물아비들이 이 표식을 지우는 기술을 또 부단히 연마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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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