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연기냐, 검은 연기냐.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현지시간 12일 시작됐습니다. 일체의 전자통신 장비 휴대나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채 115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가톨릭 교회를 이끌고 갈 차기 수장을 선출하는 이 회의의 유일한 외부와의 소통 방식은 바로 ‘굴뚝’입니다. 흰 연기로 ‘우리 교황 뽑았다!’를 알리는데, 매우 전통적이죠. 콘클라베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는지 BBC 웹사이트에 정리된 기사와 기타 영문자료들을 참고해 옮겨봅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지붕 위에 굴뚝을 설치하고 있는 노동자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콘클라베(Conclave)의 어원은 라틴어로 ‘cum-clave’입니다. ‘열쇠를 가진’이라는 뜻이죠.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는 시스틴 성당의 잠긴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원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179년 제3차 라테란 공의회를 통해 추기경들은 교황을 선출할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추기경들이 지금처럼 백명단위가 아니라 10명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숫자가 적으니 특정 정치 및 종파를 대표하는 사람이 한 명만 빠져도 선거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게다가 로마까지 여행하는 게 중세시대에 보통 일이던가요. 다 올때까지 기다리고기다리다보면 몇 달이 훌쩍 가기도 했습니다. 1268년이 그랬는데, 3년이 지나도록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다죠.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 자료사진. 출처:내셔널가톨릭리포터



 그래서 로마 사람들은 추기경들을 가둬놓고 선출할 때까지 문을 열어주질 않았습니다. 1271년 그렇게 어렵사리 선출된 교황 그레고리 10세는 이 제도를 1274년 가톨릭의 전통으로 도입합니다. 결론을 낼 때까지는 한 발짝도 회의장소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나흘째와 아흐레째에는 음식제공량도 크게 줄이도록 칙령을 내렸군요. (빡세다...) 이걸 좋아할 추기경들이 있을리 만무했죠. 1276년 음식 줄이는 부분은 삭제된 채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 콘클라베의 기원입니다. 


 콘클라베는 외부 세계와의 철저한 단절을 철칙으로 삼습니다. 신문, TV, 전화기,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 사용도 엄격하게 금지되죠. 이 규칙을 깨는 추기경은 언제든지 파문당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렇게도 적었네요. 추기경들 정말 부럽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몇날며칠이고 볼 수 있지 않냐...) 




지금은 시스티나 성당 바닥 공사중.



 회의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은 혹시나 감춰져있을 도청 및 몰래카메라 장비를 샅샅이 뒤진다고 하지요. 콘클라베 기간 동안 성당의 바닥 위에는 겹바닥이 하나 더 깔리는데,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이 밑에는 모든 도청장치를 무력화시키는 방지장치가 있다고 하죠. 하지만 이건 단순히 시스티나 성당의 모자이크 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바닥 들어봐도 아무것도 없어요...)

   

 콘클라베 기간 동안 숙박환경은 그야말로 ‘스파르타’식입니다. 그나마 많이 나아진 거라고 하네요. 2005년 전까지 콘클라베 참여 추기경들은 야전침대나 다름없는 딱딱한 침대에서 잠을 잤고 요강을 배급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어여삐 여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성베드로 성당 인근에 성 마르타의 집을 지으시사 6층건물에 130개 숙소가 들어서니 추기경들은 더이상 열악한 숙박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됐더라... 고 합니다. 숙소는 그렇다 쳐도 투표하다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티칸 박물관 관장 안토니오 파올루치는 “성당 안에 이동식 화학처리 화장실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네요. 


 투표는 첫날은 투표용지 1장, 둘째날은 아침저녁 각각 1장씩 2장씩이 주어집니다. 누가 썼는지 알아볼 수 없도록 필체를 바꿔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적은 뒤에 제단 위에 있는 단지 안에다 넣죠. 그럼 담당자가 단지를 흔들어서 투표용지를 섞은 다음 하나씩 꺼냅니다. 3명이 검표를 하는데, 마지막 한 명이 실로 투표용지들을 한 땀 한 땀 뀁니다. 사용된 용지는 처음 나눠준 것과 숫자가 동일한 지 확인한 다음에 불에 태우죠. 시스티나 성당에 설치된 굴뚝에 검은 연기가 날 때는 아직 교황선출을 못했다는 뜻이고,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신호라는 것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익숙한 얘기죠. 


(콘클라베 관련 훌륭한 종합 그래픽 보기. 영문. 크게 보려면 여기를 클릭!)  


 

 (출처:visual.ly)


 

 그런데 연기가 검은 색이냐, 흰 색이냐를 판독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종이를 태우는 데 완벽하게 흰 연기를 만들어내기가 어디 쉽겠어요. 검은 연기, 흰 연기를 만들기 위해 화학약품을 섞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늘이 우중충한 날에는 쉽에 구분하기가 어렵구요. 그래서 2005년 교황선출을 앞두고는 흰 연기를 피워올릴 때에는 성베드로 성당의 종을 울리도록 했다는데요. 그런데 당시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됐던 순간, 교회종은 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종지기들이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다고 하죠. 


 새로 선출될 교황의 옷 사이즈는 알수 없는 일이니 바티칸 교황의 재봉사는 새 교황의 옷을 소, 중, 대 이렇게 3개 사이즈로 만들어 놓습니다. 수단은 주로 흰 색인데 1566년 교황 피우스 5세가 자신이 입던 흰 색 예복을 그대로 입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 이전에는 교황은 주로 붉은 색의 옷을 입던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망토와 신발 등은 붉은 색이죠. 






 누가 교황이 될지를 가리는 신성한 종교절차를 놓고 도박사들은 내기를 겁니다. 요즘 얘기같지만 1503년 기록에도 이미 “오래된 관습”이라는 지적이 문헌에 등장한다고 합니다. 1591년 교황 그레고리 14세는 콘클라베를 놓고 내기를 하는 이들을 파문하겠다고 으르기도 했다죠. 하지만 도박은 결코 죽지 않아 지금에 이르게 됐다죠. 


 교황으로 선출된 이는 기술적으로는 교황의 직무를 맡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 있습니다. 선출된 다음에 추기경들이 그의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기도하면서 성령이 임하시사 새로운 교회의 지도자를 간청한 추기경들이 어렵게 얻은 결론을 거부할 배짱, 누가 갖고 있겠나 싶어요. 일단 직책은 맡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선출됐다는 기쁨과 함께 책임의 무거움을 느낀 신임 교황들은 보통 흰 색 예복으로 갈아입는 방으로 들어서서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그 방의 별명이 ‘눈물의 방’이라고 하네요. 


 이런 음모론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교황 선출과정에서 ‘성별 감식’은 없습니다.

 ‘조안 교황’(Pope Joan)이라는 여성 교황에 관한 일화가 전해지기는 합니다. 14세기에 여성임을 숨기고 교황의 자리에 올랐지만 임신에 이어 출산까지 하자 화가 난 추기경들이 그의 발목을 말에 매달아 로마 거리를 끌고 다니게 했다죠. 결국 사망했다는데요. 하지만 이는 전설에 불과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여성의 사제서품을 인정하지 않고 있죠.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여성이라고는 여성 재봉사들이 고작이라네요. 바티칸 박물관에는 의자의 엉덩이 닿는 가운데 부분이 뻥 뚫린 의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성별 감식용은 아니었다고 하죠. 용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교황이 거세가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도 있다고 하네요.  

 (제가 볼 때는 좌변기의  원시적 형태와 더 비슷해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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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