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신문사에서는 취재기자가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하고 팩스로 보내면 조판공이 금속활자를 골라 판을 짰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도 그랬다. 시루떡 두께의 노트북 컴퓨터는 1990년대에서야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사는 느릿한 모뎀을 통해 전화선으로 보냈고, 대중화된 최초의 이동통신 기기인 ‘삐삐’는 유선전화 아니면 연락이 닿지 않던 취재기자들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2010년대, 신문들은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통신 같은 압도적인 테크놀로지의 도전으로 위기에 놓였다. 속보 기능은 소셜미디어, 전문성은 블로그, 현장성은 유튜브가 빠르게 흡수하는 중이다. 과거 정보유통을 전담했던 전통적 미디어의 역할은 약화되고 있다. 


(경향DB)

 


지난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국제온라인저널 심포지엄에서 클라크 길버트 데저렛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현상을 데스크탑 컴퓨터의 몰락에 빗댔다. 모바일컴퓨터가 폭발적인 기술혁신으로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중화의 시동을 걸었지만 승승장구하던 데스크탑 업계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 미디어 밖에서 성장한 온라인 저널리즘의 모델이 기존 언론의 모델을 해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존 전통 미디어 종사자들은 이 같은 혁신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잘나가던 필름카메라 기업 코닥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과도 비슷할 것이다. 산업시대에 바탕을 둔 언론산업은 탈산업시대에는 더 이상 예전 같을 수가 없다. 



신문산업만 달라지는 게 아니다. 기자들도 변화를 요구받는다. ‘꼭 소셜미디어를 사용해야 하느냐’는 심포지엄 중 질문에 한 전문가는 “온라인의 흐름을 모르는 기자는 ‘나쁜 기자’라며 돌직구 답변을 날렸다. 질 에이브럼슨 뉴욕타임스 편집국장도 “호기심이 없다는 건 기자로서 자질 부족”이라며 “그런 사람은 채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과정도 바뀌고 있다. 명문인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는 신문·TV 등으로 나뉘어 있던 커리큘럼을 획기적으로 바꿔 영상제작, 기초통계와 컴퓨터공학까지 모두 가르친다. 매리 보크 언론학과 교수는 “스위스 군용 칼 같은 언론인이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도 갖춰야 한다.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숙소에 돌아와 누웠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케빈 켈리가 <기술의 충격>에서 말한 ‘테크늄’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기술은 생명체처럼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속성을 갖는다는데, 현 언론산업의 지각변동은 촘촘한 신경망처럼 정보기술이 확장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혁신이어야 진화 압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거대 포털이 온라인 뉴스 배급을 사실상 독점한 한국의 상황에서 말이다.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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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