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위에 관한 일문일답입니다. 우리시간 2013년 6월 3일 오후상황까지 반영돼있습니다. 


1. 터키에서 전국적인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이어지고 있죠.

우리나라와 형제의 나라로도 불리는 터키의 경제중심지 이스탄불 도심의 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 60여개 도시의 반정부시위로 번지면서 현지시간 2일까지 1700명이 연행되고 수십 명이 부상했습니다. 터키에서 이같은 규모의 시위는 십수년래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슬람 성향인 집권 정의개발당의 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집권 10년만에 최대위기를 맞았습니다.




 

1-2. 공원 재개발이 어쩌다가 반정부 시위로까지 이어지게 된 건가요.

시위가 시작된 게지공원은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과 인접한 곳인데, 지난 10여년간 과도한 도시개발이 계속돼온 이스탄불에서 시민들의 녹색쉼터가 돼왔습니다. 그런데 이 공공재인 공원을 밀고 기업의 이익을 좇는 쇼핑몰을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자 시민단체들이 지난달 말부터 평화적인 공원 점거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를 터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지난 30일 폭력진압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간 에르도안 정부에 대해 쌓였던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탁심 광장으로 몰려나온 겁니다.

 

1-3. 이 탁심 광장은 터키 현대 민주주의의 심장부같은 곳이죠.

과거 오스만제국 당시 이스탄불 북부의 수원에서 흐른 물이 이곳의 저수지를 거쳐 도시 곳곳으로 흘러들었는데요. 탁심이라는 단어는 분배’ ‘나눔이란 뜻입니다. 광장의 중심에는 과거 독립항쟁을 이끌고 오스만 제국의 잔해 위에 1924년 정교를 분리하는 세속적 헌법 위에 터키 공화국을 수립한 국부 케말 아타투르크를 비롯한 국가수립 주요인사들을 묘사한 공화국 기념상이 서있습니다. 인접한 겐지 공원은 과거 이슬람 제국인 오스만제국 때의 포병연대 막사건물을 1940년대에 철거하고 조성한 것이죠.



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1-4. 그런데 이 겐지 공원에 오스만 시대의 포병연대 막사를 다시 지어서 내부는 쇼핑센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추진된 거네요.

. 이 지점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차적으로 시민의 공공재인 공원을 없애서 사적인 용도로 쓸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터키는 2002년 개발정의당이 집권한 이래 빠른 경제성장과 맞물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돼왔는데, 다소 과잉상태라죠. 터키 일간 후리예트는 이스탄불 내에서 쇼핑몰 11곳이 손님이 없어서 문을 닫았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또 쇼핑몰을 만든다고 하니 설득이 잘 안되죠.

 

1-5. 중요한 공사를 하면서도 시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거네요.

터키는 세계 최대 공항, 유럽쪽 이스탄불을 파는 운하계획 등 대공사 계획을 추진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동의는 딱히 구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공사들에 정경유착 혐의도 제기하죠. 몇 년전 언스트앤영이 실시한 조사에서 터키인 응답자 77%가 뇌물과 횡령이 터키에서 일상적이라고 꼽기도 했는데, 말하자면 과거 1980~90년대에 한국에서 신도시개발 등 대규모 공사에서 정치인들이 뇌물을 수수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1-5. 이번 시위는 터키의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 충돌의 성격도 있죠.

세속주의에 바탕해 터키공화국을 세운 국부 아타투르크의 동상이 있는 광장 인근에다가 이슬람 사원을 짓고 오토만제국 시대 스타일의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탁심 광장 정신의 훼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거죠. 아타투르크는 의회민주주의와 이슬람문화, 세속주의를 조화시킨 터키 공화정의 바탕을 놓아서 세속주의라는 터키의 한 뿌리를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현 집권 정의개발당은 이슬람 정당입니다. 2002년이래 집권 초에는 그리 색깔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급속한 경제개발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2007년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터키 공화국의 균형모델을 흔들고 있죠. 최근에도 밤 10시 이후 주류판매를 금지하고 공공장소에서 남녀같에 뽀뽀같은 애정표현을 금지하는 등 이슬람 성향의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위는 유럽과 아시아, 세속주의와 이슬람 사이에 걸쳐있는 터키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충돌로 볼 수 있는 겁니다.




 

1-6. 에르도안 정부의 독재성향에 대한 비판도 적잖죠.

에르도안은 군부 중심이었던 터키 정치를 민간 중심으로 가져온 공적을 꽤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독재성향을 비판받죠.

우리 식으로 치면 종북집단비슷한 용례로 터키에는 에르제네콘이 있습니다. 집권 개발정의당을 뒤엎으려고 세속성향의 군부와 결탁한 조직을 뜻하는데요. 터키는 과거 군부 쿠데타가 여러 차례 있기는 했지만 이 경계가 탄압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죠. 지난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에만 400명 이상이 이 에르제네콘의 일원이라는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고 합니다. 사법부의 독립성도 훼손됐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총리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정부비판적 인사들을 무리하게 기소한다고 야권은 주장합니다. 20113월에는 9명의 언론인과 작가들이 집권 정당에 대한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체포돼 이중 7명이 수감된 사례가 있습니다.



 

1-7.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는 별로 대화의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에르도안은 이번 시위를 비민주적"이고 "불법"이라고도 규정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원칙은 상대방과의 대화일텐데, 의회에서 다수당이니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건가 싶죠.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화와 소통이 실종될 경우 당장 집권정당의 몸은 편하겠지만’, 한 국가의 정치는 나중에 밀린 카드값같은 바용을 치르게 되다는 점 아닐까요. 소통과 설득으로 해결할 도시 개발문제에 최루탄과 물대포가 난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제 때 해결했어야 할 '민주적인 소통구조'를 만들지 않고 관리하지 않아서 빚어지는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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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