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보기관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와 인터넷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전직 중앙정보국 직원의 폭로를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죠. 지구촌의 주요 내부고발자들의 활동과 그 의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역사상 중요한 내부고발자들 하면 떠오르는 이들이 있죠.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72만건의 미국 외교전문가 군사 문서를 넘긴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을 꼽을 수 있습니다. 2010년 체포돼 현재 재판 중인 그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만행을 폭로하고자 했다"고 밝혔죠. 미국 닉슨 대통령의 하야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사건도 내부고발자가 없었더라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1972년 미국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괴한이 체포됐는데, 그 배후에 백악관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제보한 이는 '딥스로트'로만 알려졌어요. 30년이 지난 뒤에야 미 연방수사국의 부국장을 지낸 마크 펠트로 밝혀졌죠. 1971년 미국 내에서 베트남 반전 운동에 불을 지핀 펜타곤 페이퍼를 언론사에 건넨 이는 당시 국방부 소속 군사전문가인 대니얼 엘스버그였습니다.



호루라기를 부는 자, 그대의 이름은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사진출처:mediafreedominternational.org


 

-기업들 내에서도 내부고발의 사례가 적잖았어요.

 회계부정으로 무너진 미국의 기업 중에는 엔론을 꼽을 수 있죠. 이 기업의 부회장이었던 셰런 왓킨스는 엔론이 7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결국 엔론은 2002년 파산보호신청을 내게 됐죠. 비슷한 시기였죠. 미국의 주요 통신회사인 월드컴이 38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이사회에 폭로했던 이는 이 회사의 내부감사였던 신시아 쿠퍼였습니다. 미국의 한 담배회사 임원은 이 회사가 담배의 중독성을 강하게 하려고 니코틴양을 늘린 사실을 폭로해서 회사의 추악한 이면을 세상에 알린 바 있습니다.

 

-최근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조세피난처 뉴스 역시 내부고발자의 작품이죠.

 호주의 한 언론인이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우편으로 받았는데, 여기에는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군도 등 조세피난처에 있는 유령회사 12만여개와 전세계 170여개국의 기업가와 정치인들 13만명의 거래내역이 담겨있었죠. 50만권 분량에 해당하는 이 자료 가운데 한국 부분 자료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를 통해 건네받은 뉴스타파가 보도를 이어가고 있죠. 누가 보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구요.


 

-이처럼 용감한 내부고발은 보상을 받기도 하죠.

 내부고발자에 대한 가장 최근의 장려책은 미국 금융감독법인 도드프랭크법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으로 벌금의 10%에서 30%까지, 그러니까 최대 수백만달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제대로 신고할 경우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금액이죠. 그래서 내부문서나 음성녹음을 통해 기업 내부 회계부정과 시장조작 등을 고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하네요.



2002년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인물로 꼽힌 내부고발자들. 월드콤, 엔론 등의 기업비리를 고발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자신의 사회적 삶을 포기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지 않나요.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의 시발점이 된 통킹만 사건이 전쟁을 통한 수익을 노린 군수업체들의 로비의 입김으로 조작된 사건이라고 폭로한 대니얼 엘스버그의 경우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되면서 고초를 치렀죠. 역시 위키리크스에 미 외교전문을 건넨 매닝 일병 역시 20년형 상당의 징역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1986년 이스라엘의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언론에 폭로한 이스라엘의 비밀 핵시설 기술자인 모르데차이 바누누는 오랫동안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조직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자신의 경제적 기반을 포기하는 것까지 각오한 거죠. 



 

-조직의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징계를 받는 것이죠.

조직의 비리를 폭로할 정도라면 그 조직에서 중요한 직위를 보장받는 위치까지 오른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상당한 용기와 희생을 필요로 하죠. 기업비리를 내부고발한 사람의 경우에는 다른 기업에서 섣불리 채용을 하려 들지도 않는 게 사실이구요. 미국은 남북전쟁 당시인 19세기 말에 군납비리를 잡으려고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두고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보호는 또 별개의 문제죠. 국가 이익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기소하는 경우가 많구요. 이번에 미국의 시민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을 폭로한 전 CIA 요원 스노우든 역시 미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의식해서 그의 신병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죠.

 


-불현듯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우리나라에는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습니다. 부패방지법이 있지만 공공기관과 공직자에 한정되기 때문에 민간 분야로 확대하려고 보완한 법률이죠. 내부고발자라는 단어가 부정적이라고 해서 공익신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는 이 공익신고자들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죠. 2009년 국방부 계룡대의 납품비리를 폭로한 김영수 소령은 내부고발자라고 찍혀 전역해야 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용기로 권력을 남용을 막는다는 점에 있어서 내부고발은 한 사회의 건전성을 지키는 데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한 사회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내부고발은 자기반성과도 같죠. 일부 학계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정의한 일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벌하고자 하는 욕구를 사람들이 갖는 것은 한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사회적 본능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민간인 정보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우든의 경우에는 여전히 미국 사회가 스스로를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강한 징후로도 읽을 수 있겠죠. 물론 그가 기소, 처벌되지 않는다면 더 훌륭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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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