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모하메드가 보낸 편지를 받았다. 커다란 갈색 눈에 아이답지 않은 우울함이 깃든 여덟살 소년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 산다. 지중해와 육로로 몇 시간 거리인 곳이지만 소년은 태어나서 바다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소원이 “바닷가에 놀러가는 것”이다. 또 “언젠가는 이스라엘에 빼앗긴 예루살렘과 우리의 땅들을 되찾고 싶다”고도 말했다. 매달 작은 금액을 보태는 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될 수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모하메드가 사는 제닌은 전체 마을 가운데 여섯 곳이 분리장벽으로 고립돼 있다. 높이 5~8m짜리 콘크리트가 마을을 둘러쳤다. 마을 밖으로 나가려는 주민들은 매번 이스라엘 당국의 까다로운 검문을 거쳐야 한다. 주민 80%의 생계가 달린 농업은 망가졌다. 주요 경작물인 올리브나무 25만그루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훼손되거나 뿌리째 뽑혔다. 식량부족을 겪는 주민들 비율은 56%에 달한다. 모하메드네 가족이 함께 바다 여행을 가기에는 길도, 가정 형편도 여의치가 않을 것이다. 이곳은 물자 유입도 제한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축구공을 보내려 문의했지만, 이스라엘의 엄격한 통관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선물 발송 금지국가’로 분류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런 현실을 팔레스타인 만화가 나지 알 알리는 작은 유리병 속에 갇힌 채 망망대해에 떠 있는 물고기에 빗대 그린 바 있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유리병을 깨고 바다로 나아갈 힘도 없이 서서히 죽어가는 물고기 같은 신세라는 자조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경제·정치·군사적으로 압도하는 이스라엘은 요즘 잇따른 강공으로 그 병마저 깨뜨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에는 서쪽 가자지구의 정부청사와 언론사까지 가리지 않고 맹폭하더니 이번주에는 동쪽 요르단강 서안에 국제법상 불법적인 영토확장인 정착촌 건설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동분쟁의 씨앗을 뿌린 ‘그레이트 게임’과 홀로코스트의 원죄가 있는 유럽, 그리고 유대인이 강력한 로비단체를 형성한 미국에서는 이 같은 이스라엘의 막무가내식 행보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기껏해야 비난성명이 고작이다. 각국 정부나 언론이 강수를 두려면 반유대주의 혐의의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같은 국제외교력의 비대칭성을 이스라엘은 그간 십분 이용해왔다. 

하지만 아랍 민주화 이후 중동 각국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여론이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현명한 외교적 해법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런 움직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이자 ‘약자’로서 박해받던 과거에 사회의식이 멈춰 있는 이스라엘은 새로운 피해자이자 약자 집단인 팔레스타인을 만들고 있다. 한때 유럽의 게토에도 바닷가에 놀러가고 빼앗긴 집을 되찾고 싶어 한 유대인 소년이 있었을 것이다. 역사의 반복은 참으로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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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