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기본적 임무는 정부와 권력집단을 견제하는 ‘경비견’에 비유할 수 있다. 프랑스의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메디아파르’(Mediapart)는 그 우수사례로 꼽힌다. 5년 전 온라인매체로 출범한 이 신문은 프랑스 정·재계 간 커넥션을 고발하는 굵직한 특종들을 잇따라 터뜨려왔다.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한 프랑스 좌파정부의 제롬 카위작 국세·예산장관의 세금 탈루 사실을 집요하게 추적보도해 낙마시킨 것도 이 매체였다. 2010년 당시 프랑스 집권여당이 로레알사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령한 사실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500만유로의 선거자금을 받은 내용도 이 매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르몽드 편집국장 출신인 에드위 플레넬이 2008년 자본금 500만유로(약 74억원)를 디딤돌로 메디아파르를 출범시켰을 때 성공을 점친 이는 거의 없었다. 뉴스 소비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해 신문사들의 수익이 악화되고 탐사보도가 축소될 때 ‘온라인 탐사보도’라는 역발상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범 당시 30명이던 탐사보도 기자는 현재 45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약 17억원의 순익도 기록했다. 연간 90유로(약 13만3000원)를 내는 메디아파르의 유료구독자는 7만5000명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어렵사리 발간을 계속하고 있는 전통적 일간지인 우파성향의 르피가로나 좌파성향 리베라시옹의 2배 수준이다. 






메디아파르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한 미디어 사회학자는 “신문이 오랜만에 사회의 중요의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요사건이 터지면 쫓아다니기에 바쁜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을 벗어나서 언론이 사회를 감시하는 독립기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짧고 튀는 공짜 기사만이 소비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문성을 갖춘 장문의 기사를 실어도 독자들은 기꺼이 읽었다. 잘 팔린다는 연예기사는 아예 싣지도 않았다. 광고는 독자수가 10만명에 도달할 때까지는 받지 않을 계획이다. 플레넬은 “인터넷은 저널리즘의 죽음이 아니라 기회”라면서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문서를 통해 더 나은 저널리즘을 추구할 수 있어서”라고 NPR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메디아파르의 성공담은 온라인 사업수익과 직결되는 트래픽 유입을 늘리려고 선정적 기사들을 싣고, 소비자들은 이 같은 싸구려 콘텐츠들을 공짜로 소비하는 데 거리낌없는 한국의 현실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과거 신문매체들이 백화점식 편집을 추구해왔다면, 온라인 시대에는 한 우물만 파는 전문적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정론에는 소비자들도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이다. 

좋은 민주주의는 정부와 권력집단을 감시하는 언론 없이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언론의 자유는 기자의 자유가 아닌 시민의 권리’라는 메디아파르의 구호는 이를 집약하고 있다.



최민영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장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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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