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칼럼니스트 케이틀린 모란은 인터넷상의 포르노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진짜 여자가 되는 법>에서 주장했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21세기 어린 아이들과 10대들의 성교육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것은 더 이상 바뀔 수 없는 현실로, 인터넷은 실제 섹스의 기법을 알려주는 것 외에 아이들의 상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인터넷의 포르노는 기계적인 몽타주의 합성마냥 정형화돼있다. 이 같은 콘텐츠가 포르노 시장의 주류를 이루면서 다른 종류의 섹스를 모두 파괴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포르노그래피의 다양성을 100% 증가시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동등하게 어떤 행위를 하는 그런 포르노를 아이들이 본다면 좋겠다.”


BBC뉴스의 2010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인당 포르노 산업에 대한 연간 지출액이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세계 제1위 포르노 생산국인 미국이 9위이고, 역시 포르노 강국인 일본은 3위에 그친다고 하니 그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벗은 사진이나 ‘야한’ 동영상은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친목 도모’의 수단마냥 공유된다. 뮤직비디오가 포르노그래피의 경계를 넘나든 지도 오래됐다. 자연스러운 성보다는 ‘팔기 위한’ 상품으로서의 성을 호기심 충만한 아이들은 먼저 접한다.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학교는 성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연간 15시간 성교육을 배정했지만 전문인력도 없고 수업시간도 부족하다고 현장 교사들은 말한다. 부모도 불편해서 쉬쉬하는 사이, 10대 아이들의 성의식은 포르노가 점령하게 됐다.



잼잼성교육체험관에서 아이들이 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경향DB)



문제는 그 포르노 속의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다. 힘을 가진 이가 상대방을 굴종시키거나, 폭력으로 제압해 결국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고 우월감을 충족한다는 심리적 플롯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관계는 등장인물만 바꿔서 우스꽝스럽도록 반복된다. 양자 간의 동의와 상호 존중에 바탕한 관계는 찾기 힘들다. 기계적인 쾌락만 존재할 뿐, 어떤 감정적 교류도 없다. 성은 꽤나 혐오스러운 것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교육은 더욱 시급하다. 내가 성적으로 끌리는 타자와 어떻게 대화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다름을 존중하고 공생할지를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답을 찾을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성교육은 ‘성교’보다는 ‘관계’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란이 ‘포르노의 다양화’를 주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요즘은 대인관계에 서툰 20~30대를 겨냥해 연애기술 과외선생도 등장했다고 한다. 성년기 이전에 배웠어야 하는 것들을 놓친 탓이 클 것이다. 진학과 취업을 위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한 개인으로서 사랑하는 이와 어떻게 마음을 나누는지는 행복의 중요한 결정요인이 된다. 미래 세대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바탕, 어른들이 만드는 건 의무 아닐까.



최민영 미디어기획팀장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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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