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쓰레기 배출국인 미국은 한 사람이 하루 약 3.2㎏의 쓰레기를 매일같이 버리는데, 한 사람당 평생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102t에 달한다고 한다. 퓰리처상 수상작가인 에드워드 흄즈가 저서 <102톤의 물음>에 적은 통계다. 묏자리가 아닌 쓰레기산을 남기고 죽는 셈이다. 미국의 연간 쓰레기 관련 수치를 보면 570만t의 카펫, 350억개의 플라스틱 병, 분해도 재활용도 안되는 862만t의 스티로폼, 20년 동안 5000만가구가 난방할 수 있는 나무가 버려진다. 그 중 고작 2%만 재활용된다.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더 많다. 미국인 한 명이 먹고 쓰고 때는 음식과 제품, 연료를 만드는데 하수를 빼고도 454t에 가까운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 중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들이 바람과 모래, 비에 풍화될 먼 미래에도 꼿꼿이 형태를 유지할 것이다. 수세대에 걸쳐 태평양에 흘러들어 갈 쓰레기들은 옹기종기 거대한 수렴구역 안에 자리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부풀릴 것이다.


캄보디아로 떠난 이수경의 특별한 일주일(출처 : 경향DB)


내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봉지를 맛난 해파리로 착각한 물고기가 꿀꺽 삼키곤 배탈이 날 수도 있다는 걱정은 친할머니에 관한 오랜 기억을 호출했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생선이며 채소를 담아준 비닐봉지를 비누로 깨끗이 씻어 빨랫줄에 널었다. 바람에 나풀거리며 사각사각 물기가 마른 비닐봉지는 할머니께는 물건을 싸는 유용한 포장재였다. 잘 닦은 사료 포대는 잘라서 고기를 싸고, 지난 연도의 달력은 새 학년 교과서를 감싸는 정갈한 흰옷이 되었다.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밴 세대였다.

1900년대 이전에는 우리의 ‘괴나리봇짐’부터 서양의 ‘색’같이 천으로 만든 ‘에코백’이 기본이었고 물류 유통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소비 증가는 폭발적인 쓰레기의 증가로 이어졌다. 대형마트에서 장 본 뒤 냉장고에 물건을 수납하고 난 뒤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스티로폼 접시부터 랩, 비닐봉지 같은 각종 플라스틱이 한 무더기 쌓인다. 우리가 얼마나 이 ‘썩지 않는’ 물건들을 일상적으로 소비하고 있는지에 관해 전성원은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에 듀폰의 사례를 들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아침이 되면 뉴크렐 수지로 코팅된 튜브에서 치약을 짜고 타이넥스 칫솔모로 만든 칫솔로 이를 닦고 코리안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싱크대에서 테플론으로 코팅된 프라이팬에 듀폰의 대두 단백질이 포함된 소시지를 요리하고 마일라 필름으로 포장된 슬라이스 치즈로 아침식사를 하고 애필 재질로 만들어진 요구르트 뚜껑을 열어 건강 디저트를 즐긴다. 식사 후에는 쿨맥스와 탁텔 소재로 만든 속옷을 입고 라이크라와 코듀라로 만든 셔츠와 바지를 걸친다. 밤이 되면 듀폰의 폴리에스터 솜으로 충전된 베개와 이불에서 잠든다.”


이 저렴하고 튼튼한 각종 석유 화합물들이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영국왕 헨리 8세가 궁전에 지녔던 물품의 가짓수보다 미국의 평균적인 가정이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게 된 것도 협력과 교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덕이다. 하지만 이후 배출되는 쓰레기들을 생각하면 소비가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쓰레기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고고학자 빌 랏제가 쓰레기장을 시추해 퍼올린 과거의 쓰레기들을 보면 “25년 전 마지막으로 햇빛을 보았을 구아카몰은 여전히 신선해 보였고” “51년 된 신문은 아직도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물건을 소비하기 전에 이후 생겨날 쓰레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습관. 일단 나부터 실천해볼 생각이다. 그런데 이 칼럼을 마감하면서 비닐 포장재로 싼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자니 왠지 서글프다. 쓰레기 산은 현대인이 후손에게 남기는 불가피한 ‘똥’인 것만 같다. 다만 내 눈에 안 보여서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것 아닌가.


최민영 미디어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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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