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극장에서 영화 시작을 기다리며 상업광고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10건 중에 2건이 미용 성형외과 광고였다. ‘의란성 쌍둥이’, 그러니까 의사의 손을 거친 붕어빵 얼굴이 되지 말고 개성있게 얼굴을 고치라며 한 편의 광고가 지나가기 무섭게 또 한편의 광고가 ‘조연이던 그녀, 이제는 주연’이라며 미용성형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라고 관객을 유혹했다. 

 


 성형수술을 통해 미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이 광고들은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증권사 광고가 ‘원금손실을 비롯한 투자손실의 위험’ 경고를 포함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건강이나 생명이 돈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의사의 설명의 의무와 환자의 알 권리’는 경시되고 있다. 



 한때 여성지에 한정됐던 미용성형 광고가 성형수술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경쟁과열에 따라 공공영역을 파죽지세로 점령한 것은 불과 몇 년 사이다. 인터넷과 지하철은 물론이고 성형광고를 붙인 노선버스는 안내방송 짬짬이 “걔가 성형한 거기” 가냐며 속닥속닥 광고방송을 흘린다. 이제 영화관까지 진출했으니 성형외과 광고의 마지막 고지는 지상파 방송 정도일 듯하다.



 사실 비공식적으로 이미 지상파에서도 진행 중이다. 한동안 안보였던 연예인들이 거의 어김없이 달라진 얼굴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출연자에게 수천만원 대의 성형수술을 협찬·제공하는 한 케이블TV쇼도 인기몰이 중이다. 



 이처럼 “미용성형 산업이 양산한 광고들은 성형 미인의 환상을 소비자들에게 주입하고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고 된다”고 고려대 사회학과 임인숙 교수는 논문 <미용사회의 고지되지 않는 위험>(2010)에서 지적했다. 주식투자로 치면 ‘투자성공 대박 스토리’만 광고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것과 다름 없다. 



국내 성형의들은 “미용성형술로 교정해야 할 몸을 정의하고…아름다움의 이상은 성형적 개입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는 설득”에 1990년대부터 나서면서 ‘미(美)의 대박’을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점은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다. 실리콘 코 보형물의 문제점은 연골 이식 수술법이 나온 다음에 비로소 얘기되는 식이다.



 영국의 경우 미용성형업계의 과도한 마케팅을 규제하는 방안을 올해 중 도입할 예정이다. 불법 가슴보형물 사건으로 2011년 홍역을 치른 뒤 “환자의 안전이나 소비자 보호에 현 제도가 실패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는 “미용성형 광고의 범람과 TV의 ‘변신’ 프로그램 도입이 성형수술과 그에 따른 위험을 하찮은 것으로 보이게 하는 반면, 수술에 따른 만족도는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관련보고서 초안에서 지적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이제는 넘쳐나는 성형 광고를 다시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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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