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의 'IS-페미니즘' 칼럼에 이어 4월에는 개그맨 장동민의 '옹꾸라 ' 인터넷 라디오 여혐 발언이 논란이 됐다. 발언 수위는 충격 자체였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과거의 성경험을 이야기한다" "개 같은 O" "창녀" 등등... '된장녀'나 '김치녀'같은 혐오 표현이 그나마 앙증맞게 느껴질 정도의 수준이었고,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반발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장동민은 MBC <무한도전>의 유력한 식스맨 후보로 꼽히다가 자진 하차했는데, 그 과정에 대한 '아니꼬운' 남성 일각의 시선은 이렇게 나타나기도 했다. (장동민이 군대 후임이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로 괴롭혔다는 내용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옹꾸라'가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심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던지, 그래서 더 과격한 표현이 등장했다던지 하는 문제는 일단 접는다고 하더라도, 지상파, 케이블, 종편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여성혐오' 콘텐츠는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해있다. 이에 대해서 문화웹진 아이즈가 분석하면서 4월 방송된 콘텐츠 중 여러 사례들을 들고 있다. 아래의 인용은 그 중 하나이다. 




돈 없고 인기 없고 가진 것 없는 복학생 병재(유병재)는 남성임에도 상대적 약자인 경우가 있다. 그런 병재에게 몰려와 밥 사달라 조르고, 월세 낼 돈도 없는 그로부터 잔뜩 얻어먹은 뒤 “오빠 같은 남자랑 사귀고 싶다” 따위의 마음에도 없는 멘트를 늘어놓으며 휑하니 가버리는 후배들은 전형적인 ‘무개념’ 캐릭터로 소비된다. 병재에게 상냥하게 대했던 연주(정연주) 역시 남자친구와 함께 그를 비웃으며 “병신은 컴퓨터 버그 잡을 때 말고는 쓸모가 없어”라고 말한다. ‘명품 백 사달라고 들볶는 여자친구 이야기’와 함께 일종의 도시괴담처럼 떠돌곤 하는 ‘남자를 호구로 알고 등쳐 먹는 어린 여자 이야기’는 이처럼 대중매체를 통해 손쉽게 재생산되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긴다. 결국 초능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간 병재는 같은 상황에서 “다 처먹어, 이 씨 X년들아!”, “(컴퓨터) 껐다 켜, 이 썅X아!”라고 분노를 폭발시키는데, 애초에 그냥 거절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여성혐오 콘텐츠는 끊임없이, 별다른 통제나 자기성찰 없이 미디어에서 생산되는 것인가?

 '돈'이 되고, 팔리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의 콘텐츠는 남자들이 본다. 케이블 XTM에서 주로 방송하는 내용이랄지, 기계와 모험에 피가 끓는 남성 취향의 콘텐츠들이다. 그리고 여성 중심의 콘텐츠는 여자들이 주로 본다. '겟잇 뷰티'같은 TV쇼가 그런 범주의 대표일 것이다.

 그런데 '여성 혐오' 콘텐츠는 남성과 여성이, 각기 다른 목적이지만, 결국은 같은 화면을 본다.


 남성의 경우, 남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용도로서 '여혐' 콘텐츠를 소비한다. 

 우에노 지즈코 선생이 <여성혐오를 혐오하다>에서 지적했듯이, 남성들에게 여성을 배제하는 행위는 남성 집단에 소속한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남성들은 어떤 특질들- 예로, 유약함, 부드러움, 감정적, 의존성-을 여성의 것으로 정의내린 뒤 그 특질을 가질 경우 남성이라는 집단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구성원으로 딱지붙인다. 배제되지 않기 위해서 남성들은 그같은 특질들을 억압하고 부인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에게는 부정적인 속성들이 투사된다.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들이 그런 특징을 보인다.

 

 예로 '군대 예능' 속 여성들은 남성의 고유한 범주와 능력의 기준에 미달 또는 간신히 통과하는 여성이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등장한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공통적인 경험이자 정신적 상흔, 소중한 청춘의 시간을 징집으로 빼앗겼다는 박탈감을 주는 군대의 경험을 여성에게 체험하도록 만든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달해 포기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여성의 스펙터클은 남성성을 '그 무엇'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극심한 사회환경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제가 심해지는 것처럼, 여성 역시 남성 중심 취업시장에서 배제의 대상이 된다. 1997년 IMF 이후 비정규직만 잔뜩 늘어난 노동시장에서 그나마 일자리 하나 잡기도 어려워 청년 실업률은 10%를 이미 넘어섰다. 부모 세대같은 연애결혼이나, 일부일처제 핵가족은 아마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같은 가족모델은 경제 고도성장기에나 가능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데이트도 어렵다. (1960년대 영화에서는 '데이트 비용이 없으면 여자친구에게 몸이라도 팔라고 해'라는 건달의 대사도 간혹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남성들은 경제와 사랑에 있어서 모두 여성에게 '배제' 또는 '위협'받고 있다는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아닌가.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객관적 지표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의사결정 분야에서의 남녀 성평등 지수는 21.2이며 여성의 '유리천장지수'도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꼴찌다.



장동민은 “(한헤진이) 내가 싫어하는 걸 모두 갖췄다. 나도 혜진 씨가 싫어하는 걸 모두 갖췄다”고 말을 이었다. MC들이 “한혜진의 어떤 점이 싫냐”고 묻자 장동민은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고. 아무튼 모든 걸 갖췄다”고 답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기사출처: http://m.entertain.naver.com/read?oid=213&aid=0000662701




 여성의 경우, 여성으로서 어떤 여성이 되어서는 안되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서 '여혐' 콘텐츠를 소비한다.

 '오크녀'나 '무개념녀'로 등장하는 여성들은 "나는 그런 여성이 아니다"라고 여성이 혐오하기 위한 존재이다. 남성이 혐오하지 않고 '욕망'하는 대상이 되기 위해서 몸가짐을 어떻게 바로 해야하는지에 대한 은근한 '계몽'의 맥락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에노 지즈코 선생이 지적했듯이 여성들은 '나는 그런 여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남성에게 확인받음으로써 '명예남성'의 지위를 획득한다. 그런데 그 명예남성이라는 지위는 내가 '얻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고 기준이 바뀜에 따라 언제든 '박탈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여성혐오'의 범주에 들지 않는 여성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보수집'과 '자기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여성 혐오' 콘텐츠는 남녀가 모두 소비하는 양태를 띠게 된다. 여성 중심 콘텐츠는 남성이 안 보고, 남성 중심 콘텐츠는 주로 남성이 보는데에 비해 '소비자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시장의 특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 넓으면 넓을 수록 시청률이 높아지고,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콘텐츠 제작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양적 성공에만 집착하기 시작하면 콘텐츠에서는 철학이 제외되고, 온기가 사라지고, 오로지 '팔리기 위한 존재'로서 도구화되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시청률은 방송사의 절대지표지만, 절대지표여서는 안된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렸던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움(ISOJ)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블로그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좋은 정보는 나눠야 빛을 발하니까요. (블로그쥔장 백)



사람의 삶을 다룬 통계그래픽에서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수치의 '일부'가 됩니다. 

큰 집을 구성하는 하나의 블럭으로 '사물화'되는 경향이 많죠.

그래서 굉장히 가슴아픈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하게 접하게 됩니다. 

특히 2차원적인 지면용 그래픽은 그 한계에 종종 부딪히곤 합니다. 


그 통계숫자 이면의 '사람'을 담아내는 데이터 시각화는 어떤 방식이 돼야 할까요.

지난 4월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움에 발표자로 참석한 킴 리스(페리스코픽)는 그 혁신적인 방식을 보여줍니다. 

미국 내 총기사망자가 주제였죠. 

그래픽이 무대 화면에서 흐르는 순간 저를 비롯한 청중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거든요.





FBI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3년 5월 기준 총기사망자 숫자는 3299명입니다. 

리스는 이 통계에서 우리가 잃은 것을 발견합니다. 바로 총기로 인해 도둑맞은 그들의 '생명'과 '삶의 가능성'이죠.

그는 '사망자 숫자'를 넘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이 세상을 더 살 수 있었던지에 주목합니다. 

그래픽에 '감정'을 불어넣은 겁니다. 


영상으로 구현되는 그래픽에서 

29세에 사망한 알렉산더 립킨씨는 93세까지 살 수 있었고, 

24세이 사망한 버나드 길리스는 84세까지 살 수 있었습니다. 

자료는 FBI통계 등을 인용해서 예상 수명까지 감안했다고 하네요

그래픽 속에서 사람들은 마치 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밝은 빛을 잃고 스러집니다. 

그래픽에는 가느다란 차임 효과음을 입혔구요. 

 





웹상의 그래픽 구현방식은 이곳을 클릭하시면 새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꼭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움에서 발표 중인 킴 리스. 사진출처/ISOJ 홈페이지



리스는 그래픽을 통해 사람들의 이해를 깊게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참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통계자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객관성을 인정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 '자료'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통계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잘 구성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장문의 텍스트 기사를 넘어서는 저널리즘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날 그는 자신의 발표를 지난 3월 총기로 인해 숨진 13개월짜리 남자아기 안토니오 산티아고에게 헌정했습니다. 

저는 이 그래픽을 10번쯤 다시 봤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고 소름이 돋네요.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를 업데이트합니다. 인터렉티브팀장으로 3월 초에 발령을 받은 뒤에 적응하느라고 정신이 없었거든요. ;;

최근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 참석 차 미국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을 다녀왔습니다. 

잠깐 짬이 돼서 텍사스 주의회 의사당을 방문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저는 미국드라마 중에서 법정물을 사랑합니다. 그 중 '보스턴 리걸'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시즌 1의 17번째 이야기에서는 정신지체인 흑인 사형수 '지크'를 구하기 위해 뛰는 인권변호사와 그를 돕는 민주당 지지성향의 변호사 앨런 쇼어가 나오지요. 그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텍사스입니다. 

"2심만으로 사형판결이 최종 확정되는 무데뽀 무개념 지방"으로 그려지죠. 네, 텍사스는 2심만 해도 사형집행이 가능합니다... 

뭔가 와일드하지 않나요.


위키피디아에 나온 텍사스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면적은 알래스카 주 다음으로 넓고, 인구는 캘리포니아 주 다음으로 많다. 1836년 멕시코로부터 텍사스 공화국으로 독립하였다가, 1845년 12월 29일, 미국의 28번째 주로 흡수되었다.




제가 지난달 하순 출장을 갔던 곳이 바로 그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이었습니다. 

출장이 아니면 딱히 갈 생각은 못했을 것 같아요. 

잠깐 짬을 이용해 텍사스주 주의회 의사당을 방문해봤습니다. 



텍사스 주의회 의사당 전경. 1853년 완공됐다가 소실돼 1888년 신청사가 준공됐다. 3층의 건물은 석회암 돌로 지어졌다.


건물 입구에서 본 전경입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으로 설계됐네요. 

서양의 많은 건물들이 그렇듯이 말이죠. 

주변은 녹지공원으로 조성돼있는데 기념 조형물들이 꽤 많아요. 

보통 이같은 정부 청사에 어떤 조형물들이 있는지가 그곳 정치의 철학을 보여주기 때문에 고개를 둘러봅니다. 



1903년에 세워진 남부연합군장병 기념비.


초입 오른쪽에 남부연합군장병 기념비가 눈에 들어옵니다. 미국 내전 당시에 북부연합군에 대항해 싸웠던 남부의 병사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입니다. 이 주의회 의사당 곳곳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보이는 문구가 'Republic of Texas'였습니다. 연방의 일부가 됐을지언정 우리의 독립정신까지 감히 꺾을 수는 없다는 고집이 느껴집니다. 



텍사스 주의회 의사당 내에 1891년 설치된 알라모 영웅 기념비.



의사당 바로 앞에는 알라모 영웅 기념비가 서있습니다. 1891년 의사당을 지은 직후 가장 먼저 세운 기념비이기도 합니다. 

아치형의 조형 가운데에 별이 다섯..   하나 새겨져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텍사스주의 별명이 'the lone star state'라고 하죠. 

알라모 전투는 미국의 건국신화로, 1836년 멕시코의 영토였던 텍사스주가 독립을 선언하자 멕시코가 7000명 병력 토벌대가 알라모에 당도하고, 200명이 채 안되는 독립주의자들이 이에 맞서 장렬히 싸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면 텍사스의 역사 속에서는 여러 민족, 여러 세력이 등장하고 스러져갔습니다. 

원주민의 땅이었지만 스페인이 장악하고,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멕시코로부터 또다시 독립해서 텍사스 공화국을 세우고, 

연방파와 독립파간의 갈등 끝에 결국에는 미국의 한 주가 되죠. 



의사당 내부의 모습. 역대 주지사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의사당 내부의 모습입니다. 역대 주지사들의 사진이 시원시원하게 걸려있습니다. 



오호... 1930년대에 벌써 여성 주지사가 나왔더란 말인가요?



조지 W 부시 전 텍사스 주지사의 초상화.


앗, 제가 아는 사람도 있네요? +_+ 부시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석유사업을 한 부시 일가의 정치적 고향은 바로 이 원유산업이 발달한 텍사스이죠. 

(북한이 미사일 미국 본토 위협 어쩌구 할 때 '텍사스'가 뜬금없이 들어가있다 생각했는데, 텍사스에는 록히드마틴같은 무기회사들에게도 중요거점이라고 하네요.)

5월 초에 이 지역에서 부시가 도서관을 건립하기도 했습니다. 



텍사스 주의회 의사당 중앙 바닥의 모자이크. 텍사스를 통치했던 6개국을 묘사했다.


의사당 중앙 로비에는 텍사스를 다스렸던 6개국의 문장을 새겨넣었습니다. 

스페인왕국 등등을 새겨넣었네요. 그 중심에 역시나, 'Republic of Texas'가 보입니다. 




여긴 텍사스 상원 의회입니다. 31명의 의원들이 회기 중에 텍사스 주의 법률을 입안하고 심의하고 입법합니다. 



여기는 하원입니다. "이 건물에서 가장 큰 방"이라고 소개돼있군요. 150명의 하원의원들이 법안을 논의하고 심의합니다. "주의회 의사당의 수많은 역사유물 중에서 유일하게 직물공예로 만들어진 소장품이 하원의장 책상 뒷편에 걸려있다"고 합니다. 1836년 저신토 전투에서 사용됐던 깃발이라네요. (응? 어느 거죠? 잘 안보여요. ㅠㅠ)



텍사스 주의회의 구성원이었던 흑인들의 기록.


의사당 내에는 이런 사진도 걸려있습니다.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까지 텍사스 의원으로 활동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기록입니다.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인재를 고루 등용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요. 


돌아 나오면서 전경 한번 더 봅니다. 

의사당 들어가서 조금 놀랐던 건

출입구 쪽에서 소지품 X-레이 검사만 거친 뒤 건물 안에서는

각 의원실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 의원실, 누구 의원실...

예상보다 개방적던 점이 기억에 남네요. 


이상, 텍사스 의회 방문기록이었습니다. ;)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흰 연기냐, 검은 연기냐. 

 새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Conclave)가 현지시간 12일 시작됐습니다. 일체의 전자통신 장비 휴대나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 채 115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가톨릭 교회를 이끌고 갈 차기 수장을 선출하는 이 회의의 유일한 외부와의 소통 방식은 바로 ‘굴뚝’입니다. 흰 연기로 ‘우리 교황 뽑았다!’를 알리는데, 매우 전통적이죠. 콘클라베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는지 BBC 웹사이트에 정리된 기사와 기타 영문자료들을 참고해 옮겨봅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지붕 위에 굴뚝을 설치하고 있는 노동자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콘클라베(Conclave)의 어원은 라틴어로 ‘cum-clave’입니다. ‘열쇠를 가진’이라는 뜻이죠.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는 시스틴 성당의 잠긴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원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179년 제3차 라테란 공의회를 통해 추기경들은 교황을 선출할 권한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데 추기경들이 지금처럼 백명단위가 아니라 10명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숫자가 적으니 특정 정치 및 종파를 대표하는 사람이 한 명만 빠져도 선거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게다가 로마까지 여행하는 게 중세시대에 보통 일이던가요. 다 올때까지 기다리고기다리다보면 몇 달이 훌쩍 가기도 했습니다. 1268년이 그랬는데, 3년이 지나도록 새 교황을 선출하지 못했다죠.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 자료사진. 출처:내셔널가톨릭리포터



 그래서 로마 사람들은 추기경들을 가둬놓고 선출할 때까지 문을 열어주질 않았습니다. 1271년 그렇게 어렵사리 선출된 교황 그레고리 10세는 이 제도를 1274년 가톨릭의 전통으로 도입합니다. 결론을 낼 때까지는 한 발짝도 회의장소를 벗어날 수 없도록 하고, 나흘째와 아흐레째에는 음식제공량도 크게 줄이도록 칙령을 내렸군요. (빡세다...) 이걸 좋아할 추기경들이 있을리 만무했죠. 1276년 음식 줄이는 부분은 삭제된 채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 콘클라베의 기원입니다. 


 콘클라베는 외부 세계와의 철저한 단절을 철칙으로 삼습니다. 신문, TV, 전화기,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 사용도 엄격하게 금지되죠. 이 규칙을 깨는 추기경은 언제든지 파문당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렇게도 적었네요. 추기경들 정말 부럽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몇날며칠이고 볼 수 있지 않냐...) 




지금은 시스티나 성당 바닥 공사중.



 회의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은 혹시나 감춰져있을 도청 및 몰래카메라 장비를 샅샅이 뒤진다고 하지요. 콘클라베 기간 동안 성당의 바닥 위에는 겹바닥이 하나 더 깔리는데,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이 밑에는 모든 도청장치를 무력화시키는 방지장치가 있다고 하죠. 하지만 이건 단순히 시스티나 성당의 모자이크 바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바닥 들어봐도 아무것도 없어요...)

   

 콘클라베 기간 동안 숙박환경은 그야말로 ‘스파르타’식입니다. 그나마 많이 나아진 거라고 하네요. 2005년 전까지 콘클라베 참여 추기경들은 야전침대나 다름없는 딱딱한 침대에서 잠을 잤고 요강을 배급받았다고 합니다. 이를 어여삐 여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성베드로 성당 인근에 성 마르타의 집을 지으시사 6층건물에 130개 숙소가 들어서니 추기경들은 더이상 열악한 숙박으로 고통받지 않아도 됐더라... 고 합니다. 숙소는 그렇다 쳐도 투표하다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티칸 박물관 관장 안토니오 파올루치는 “성당 안에 이동식 화학처리 화장실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네요. 


 투표는 첫날은 투표용지 1장, 둘째날은 아침저녁 각각 1장씩 2장씩이 주어집니다. 누가 썼는지 알아볼 수 없도록 필체를 바꿔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적은 뒤에 제단 위에 있는 단지 안에다 넣죠. 그럼 담당자가 단지를 흔들어서 투표용지를 섞은 다음 하나씩 꺼냅니다. 3명이 검표를 하는데, 마지막 한 명이 실로 투표용지들을 한 땀 한 땀 뀁니다. 사용된 용지는 처음 나눠준 것과 숫자가 동일한 지 확인한 다음에 불에 태우죠. 시스티나 성당에 설치된 굴뚝에 검은 연기가 날 때는 아직 교황선출을 못했다는 뜻이고,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신호라는 것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익숙한 얘기죠. 


(콘클라베 관련 훌륭한 종합 그래픽 보기. 영문. 크게 보려면 여기를 클릭!)  


 

 (출처:visual.ly)


 

 그런데 연기가 검은 색이냐, 흰 색이냐를 판독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종이를 태우는 데 완벽하게 흰 연기를 만들어내기가 어디 쉽겠어요. 검은 연기, 흰 연기를 만들기 위해 화학약품을 섞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늘이 우중충한 날에는 쉽에 구분하기가 어렵구요. 그래서 2005년 교황선출을 앞두고는 흰 연기를 피워올릴 때에는 성베드로 성당의 종을 울리도록 했다는데요. 그런데 당시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됐던 순간, 교회종은 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종지기들이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바빴다고 하죠. 


 새로 선출될 교황의 옷 사이즈는 알수 없는 일이니 바티칸 교황의 재봉사는 새 교황의 옷을 소, 중, 대 이렇게 3개 사이즈로 만들어 놓습니다. 수단은 주로 흰 색인데 1566년 교황 피우스 5세가 자신이 입던 흰 색 예복을 그대로 입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 이전에는 교황은 주로 붉은 색의 옷을 입던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망토와 신발 등은 붉은 색이죠. 






 누가 교황이 될지를 가리는 신성한 종교절차를 놓고 도박사들은 내기를 겁니다. 요즘 얘기같지만 1503년 기록에도 이미 “오래된 관습”이라는 지적이 문헌에 등장한다고 합니다. 1591년 교황 그레고리 14세는 콘클라베를 놓고 내기를 하는 이들을 파문하겠다고 으르기도 했다죠. 하지만 도박은 결코 죽지 않아 지금에 이르게 됐다죠. 


 교황으로 선출된 이는 기술적으로는 교황의 직무를 맡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 있습니다. 선출된 다음에 추기경들이 그의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기도하면서 성령이 임하시사 새로운 교회의 지도자를 간청한 추기경들이 어렵게 얻은 결론을 거부할 배짱, 누가 갖고 있겠나 싶어요. 일단 직책은 맡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선출됐다는 기쁨과 함께 책임의 무거움을 느낀 신임 교황들은 보통 흰 색 예복으로 갈아입는 방으로 들어서서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그 방의 별명이 ‘눈물의 방’이라고 하네요. 


 이런 음모론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교황 선출과정에서 ‘성별 감식’은 없습니다.

 ‘조안 교황’(Pope Joan)이라는 여성 교황에 관한 일화가 전해지기는 합니다. 14세기에 여성임을 숨기고 교황의 자리에 올랐지만 임신에 이어 출산까지 하자 화가 난 추기경들이 그의 발목을 말에 매달아 로마 거리를 끌고 다니게 했다죠. 결국 사망했다는데요. 하지만 이는 전설에 불과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여성의 사제서품을 인정하지 않고 있죠.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여성이라고는 여성 재봉사들이 고작이라네요. 바티칸 박물관에는 의자의 엉덩이 닿는 가운데 부분이 뻥 뚫린 의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성별 감식용은 아니었다고 하죠. 용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교황이 거세가 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도 있다고 하네요.  

 (제가 볼 때는 좌변기의  원시적 형태와 더 비슷해보입니다만...)






저작자 표시
신고

'잡다한 관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계숫자 뒤의 사람들- ISOJ(1)  (5) 2013.05.09
텍사스 정신 보여주는 의사당  (0) 2013.05.06
콘클라베, 새 교황은 누구?  (0) 2013.03.12
편견으로 본 유럽 지도  (11) 2013.02.24
"보석을 털어라!" 역대 사건들  (0) 2013.02.23
영원한 아기들  (0) 2013.02.20

Posted by 최민영



각 나라 국민들은 다른 나라를 어떤 '편견'을 갖고 대할까요?

웹사이트에 공개된 얀코 츠벳코프가 제작한 '편견의 아틀라스'(Atlas of Prejudice, 여기 클릭), 정말 재밌네요. 
곧 영어판으로 책이 나온다고 합니다. (꼭 하나 살 겁니다. 으하하...) 

아래는 미국인들이 본 유럽입니다. 



(출처: http://alphadesigner.com/mapping-stereotypes/ )


스페인은 멕시코, 포르투갈은 브라질, 프랑스는 냄새나는 사람들, 이탈리아는 '대부' 동유럽은 대략 드라큘라와 레지던트이블, 스위스는 '현금', 그리고... 터키는 '추수감사절 식사'로 생각한다나 어쩐다나... 그런데 독일은 왠 '포르노'죠? -_-;; 네덜란드는 소돔이라니 -_-;;;
(추가: 댓글 달아주신 분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이 성산업 강국이라고 합니다....)







그리스인들이 유럽에 대해 가진 편견은, "짠돌이 일중독자 연합"이군요. 유럽 대부분이 그리스 문화 영향권이라고 여기나봐요. 서구문명의 양대산맥인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화 중 하나를 잉태했다는 강력한 자부심이 뚝뚝 묻어납니다. 러시아를 '정교회 야만인들'(우리에 의해 문명화됐음)이라고 생각한다니. ㅋㅋㅋ

 터키를 '동그리스'이자 '영구임대된 그리스 영토'라고 여긴다니.... 영국을 '조지 마이클'의 나라로 생각한다는 점이 독특하네요.

북유럽의 끝자락은 '하이퍼보레아'라는 신화적인 땅으로 생각하는군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땅 북쪽 끝에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지역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하지요. 







영국인들의 편견에서 본 유럽지도입니다. 사악한 유럽연방제국이라니. (하하하..) 유럽이 여러 나라가 있음에도 사실상 영국의 관점에서도 그 국가 구별이 별 뜻이 없다는 것을 함축한 듯하네요. 대영박물관을 장식한 그리스 석상들을 반영한 듯 그리스는 '석상들'로 표기됐습니다.  그런데 러시아를 '큰 지갑'으로 여기는 게 이채롭네요. 워낙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이 영국으로 많이 이주해서 그런가? 



위에 걸어놓는 링크 들어가서 찬찬히 보시면 더 재밌는 지도들이 많아요. 전 하도 웃었더니 배가 다 아파요... 



그리고 아래는 이스라엘인들이 생각하는 이스라엘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태양계의 태양이요, 팔레스타인은 태양 위의 흑점... 오만한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이렇게 비꼬았군요.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지난 18일 밤 8명의 복면 괴한들이 5000만달러(우리돈 540억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강탈해 사라진 사건이 보도됐습니다. 두 대의 차량에 나눠탄 이들은 공항의 보안장벽을 뚫고 활주로를 달려 스위스행 비행기에 막 실리려던 다이아몬드를 들고 사라졌다죠. 

 반올림해서 무려 17근(10kg)어치라고 합니다. 소고기가 이정도 무게면 우리 부원들은 물론이고 옆부서, 옆옆부서 부원들까지 모아다가 궈먹어도 남지 않을까 싶네요. 

 브뤼셀 공항이 시내와 가까운데다 철조망 하나로 둘러쳐져있긴 하지만, 설마 이런 사건이 벌어지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역시 뭘 해도 창의력이 중요한 건가요.



 이정도 스케일이면, 다이아몬드 한 줌 놓고 벌이는 범인과 형사의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전 따위는 시시해보이지 않겠습니까. 이와 관련해서 CNN에 역대 주요 보석 탈취사건을 소개됐네요. 



 2003년 발렌타인데이.  벨기에 앤트워프의 다이아몬드센터에서는 1억달러어치의 귀금속이 탈취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의 딱 2배인데요. 범행과정은 미션임파서블을 방불케합니다. 6살때 우유 심부름을 갔다가 5000리라(약 9000원)를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도둑으로 한 길을 걸어온 레오나르도 노타르바르톨로가 이끈 5인조 도둑들은 1년간 이 곳을 털 계획을 세우죠. 그렇게 열감지 센서, 초정밀복합자물쇠와 18인치 두께의 철문까지 10중 보안을 뚫고 금고를 텁니다. 감시카메라의 테이프도 바꿔치기해서 신원조회도 어렵게 만들죠.

 하지만 단 하나의 실수로 결국 체포되고 맙니다. 먹다 남긴 샌드위치를 범행 현장에 남긴 거에요. DNA샘플을 채취하고, 범인들은 붙잡힙니다. 하지만 보석들의 행방은 알지 못한다네요. 이 사건에 영감을 얻은 소설도 있죠. ( Flawless - Inside the Largest Diamond heist in the History)



                           (앤트워프 다이아몬드 센터의 10중보안 시스템의 개요도)



 2007년에는 매력이 무기인 다이아몬드 도둑이 있었습니다. 앤트워프(또?)의 ABN암로은행의 주요고객이 돼서 직원들과 친해진 카를로스 헥터 플로멘바움이라는 남성이 있었는데요. 다들 “저분은 성공한 다이아몬드 사업가인가봐” 생각해서 은행 금고열쇠를 줬다나 뭐라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면 고양이는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분은 12만캐럿어치, 싯가 2800만달러 분량의 다이아몬드를 털어서 정문으로 유유히 사라지셨다고 합니다. 

 (앤트워프가 자꾸 등장하는 이유는, 벨기에가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를 가공해 전세계로 공급하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요지이기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 가공산업 중심지인 벨기에 안트워프의 다이아몬드 거래량은 연간 350억유로에 달합니다.)



                                           (여기가 그 파리의 범행 현장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사진:AP)




 2008년 5월에는 파리의 보석상에 4인조 남성강도가 들었습니다. 그중 두 명은 여장을 했다네요. 총 1억2백만달러어치의 보석을 들고 튄 이들은 ‘드랙퀸 강도단’으로도 보석강도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겼다고 하지요. 


 송년과 신년 분위기로 들썩이던 2008년 12월 31일에는 뉴욕의 다이아몬드상이 밀집한 지역의 한 상점에 정통파 유대교인 차림의 남성 두 명이 등장해 감시카메라에 스프레이를 뿌리시고 400만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와 보석들을 들고 사라지시니, 보석상 주인은 신년부터 대경실색했다고 하지요. 아니, 사실은 놀라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면 이 가게의 공동소유자가 100만달러 밀린 빚도 갚고 새로 든 보험 덕도 볼 겸 저지른 내부자 범죄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번에 도난당한 다이아몬드는 과연 찾을 수 있을까요

  BBC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전합니다. 

 그나마 가공 이전의 다이아몬드는 찾기가 쉬운 편인데요. 형태나 크기, 색깔 등에서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해안이나 강에서 캐낸 다이아몬드 원석은 산에서 캐낸 것보다 더 둥글둥글한 형태를 띄는 등의 특징을 보이죠. 특히 유엔이 만든 ‘킴벌리 프로세스’, 그러니까 독재정권이나 범죄집단이 ‘피의 다이아몬드’를 팔아 돈을 버는 일이 없도록 국제사회에서 다이아몬드에 ‘출신 및 성분’ 꼬리표를 붙이도록 하는 관행도 있습니다. 


 하지만 킴벌리 프로세스는 다이아몬드 원석이 국경을 건널 때에는 적용되지만 국가 내 원석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 맹점이 있죠. 일단 가공이 되면 이 다이아몬드들이 어느 집에서 누가 팔던 것인지를 알아보기는 더더욱 힘들어집니다. 다이아몬드가 대규모로 거래되는 인도나 미국, 이스라엘 등에 이 다이아몬드를 밀수해서 ‘보증서’를 위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해요. 


 다이아몬드의 출신을 세탁하는 또다른 방법은 다이아몬드에게 비행기를 여러번 태우는 겁니다. 두바이와 인도를 한 대여섯번 왔다갔다 하면 어느 곳의 다이아몬드인지 알기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다이아몬드에 육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표식을 레이저로 새겨넣는 최첨단 기술도 있다고 하는데요. 장물아비들이 이 표식을 지우는 기술을 또 부단히 연마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죠.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뉴욕타임스에 실린 포토저널리즘 기사입니다. 정말 예쁜 아기가 쌔근쌔근 잠자고 있네요. 





       

 그런데 이 아기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습니다. 눈도 뜨지 않죠. 


 실리콘으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기 때문입니다.  (응?) 


 



                                 (아기를 만드는 엄마들....? 이거 쵸큼 무섭습니다.....               사진 : 레베카 마르티네즈)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리본'(Reborn)이라는 하위문화가 생겨났다고 해요. 

아기인형들을 실제 아기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면서 만족감을 얻는 여성들이 생겨났죠. 앵글로계에 보수 기독교 성향의 낙태반대 성향인 경우가 많다네요. 


사진작가 레베카 마르티네즈는 수 년에 걸쳐 이들과 함께 하고, 본인도 인형들을 보유합니다. 

그리고 인형들을 접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지요. 

진짜 아기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인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상당히 당황한다고 하네요. (누군들 아니겠나 싶어요.)

인형이다보니 공항 검색대에서도 안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소지품 X레이 검사대를 통과해야 하죠. (뜨어...)



그런데 왜 이런 인형을 만들고 소유하려고 하는 걸까요? 수집 치고는 좀 기묘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사진을 촬영한 마르티네즈는 사람들이 무생물에 대해 갖는 애착으로 설명하고 있네요. 

남자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의 경우에는 아기인형일 수도 있다구요. 



자신이 원하는 모양의 아기를, 영원히 품에 안을 수 있다는 환상일까요.

자라지도, 엄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도 않는 그런 아기 말이죠. 


최저 수백달러에서 최고 수천달러를 호가하는 이 인형들의 주요 수요는 아기를 잃어버린 엄마들 또는 훌쩍 자란 자녀들이 아기일 때 모습을 재현해서 갖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보통의 인형을 수집하듯이 사들이는 이들도 있죠. 




                               (비닐 인형에 오랜 시간에 걸쳐 색을 입히고 털을 심으면 이렇게 진짜 아기의 모습이 된다고 합니다.)


인형은 모델에 따라서 입에 자석이 있어서 아기용 젖꼭지를 물 수 있거나, 진짜 숨을 쉬는 것처럼 가슴이 달싹달싹 움직이기도 하고, 심장이 뛰기도 하고, 따뜻한 체온을 갖도록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기처럼 소리를 내는 모델도 있대요...


그런데 "어머나 예쁜 아기다~" 하고 호감을 가졌던 게 사실은 만들어진 인형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하죠. (일종의 배신감?) 사람 아기와 꼭 닮다보니, 미국에서는 차량 뒤에 놓인 이 인형을 방치된 아기로 알고 경찰이 구출하려 문을 부순 사건도 있었다고 하네요. 


제가 어릴 적에는 눕히면 눈이 감기는 인형이 인기 짱이었는데. 

하지만 이 인형은 너무 사실적이어서 인형놀이 하기가 왠지 무서울 것 같네요.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영웅의 몰락을 접할 때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차피 우리가 보았던 것은 그 사람이 피워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과 자질이었을 뿐, 그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은 아니었을 거야. 우리가 그에게 완벽한 인간성을 기대했을 뿐, 사실 그건 처음부터 그에게는 없던 것이었겠지."


네, 세상엔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다만 완벽을 원하는 대중이 만들어낸 완벽한 인간이라는 환상만이 있을 뿐.  

대중은 자신들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영웅'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투사하고는 그를 숭배할 뿐이죠. 


14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한 순간에 몰락한 세계적인 육상스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장애를 극복한 숭고한 올림픽 정신을 기대했지만 사실 그것은 피스토리우스 본연의 모습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당혹스럽지만, 체육인으로서 뛰어나다는 것이 꼭 인격적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 겁니다. 



                                           (남아공 경찰에 연행되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오른쪽).  프레토리아/AP)



 AFP통신은 그의 사생활이 평온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미녀들과 총기를 좋아했고 스피드광이었으며 돌출행동도 잦았다구요.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런던올림픽 육상부문에 출전해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이용해 트랙을 달린 그는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2009년 한 파티에서는 19세 여성을 ‘공격’한 혐의로 구치소에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하네요. 그의 전 여자친구인 사만다 테일러는 한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네요. "사망한 여성이 그가 데이트하던 유일한 여성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이죠. 



 그는 총기 애호가이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을 사격장에 대동한 적도 있다죠. 지난해 영국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잠자리에 들 때 권총과 자동소총, 크리켓 배트와 야구방망이를 곁에 준비해놓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의 집은 프레토리아에서도 안전한 주택가임에도 그는 강도가 침입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했을까요.) 그가 쏜 네 발의 탄환 중 한 발은 피해자 리바 스틴캠프(30)의 머리에 맞았다고 하지요. 



 훈련하지 않을 때 그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폭주했습니다. 빠른 배를 타고 강 위를 달리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한 적도 있네요. 



   경기와 관련 구설에 오르기도 했죠. 지난해 장애인 올림픽 때에는 브라질의 알란 올리베이라 선수가 자신을 꺾고 200m 금메달을 차지하자 “올리베이라의 블레이드가 더 길어서 유리했다”며 이의를 제기해 비난을 사자 이내 사과했습니다. 



  6살 때 부모의 이혼, 15살 때 어머니의 죽음 등 순탄치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성년기 역시 순탄치 않았네요. 



  현재 남아공 경찰은 피스토리우스가 당초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새벽에 강도가 집에 든 줄 알고 총을 쐈다"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날 밤에 그가 한 여성과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이죠. 남아공 검찰은 15일 그를 '계획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범행을 미리 준비했다는 겁니다. 

  재판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그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합니다. 그의 스폰서사인 나이키는 남아공에서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한 광고들을 철거, 중단한 채 14일 현재 언론에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피스토리우스를 모델로 한 나이키 광고 카피문구가 '나는 탄창의 총알 - 저스트 두 잇'이라니요..)



 설사 그가 정당방위를 인정받아 풀려난다고 하더라도, 이제 더이상 세상에 피스토리우스라는 '영웅'은 없겠지요. 








(추가: 피스토리우스의 재판이 '남아공판 O.J. 심슨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여년 전 미식축구 스타인 흑인 심슨은 백인인 전처와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결국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죠. )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어제 뉴스에 등장한 인공 신체기술의 결정체, 바이오닉맨 ‘렉스’(Rex)는 낡거나 고장난 신체부위를 마치 ‘부품 갈아끼듯’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줍니다. 



                                               (미...미... 미남이시군요.             사진: channel 4)


 총 제작비용 100만달러(약 10억원)가 들어서 ‘1백만불의 사나이’라고도 불리는 이 로봇에는 미국·영국·호주 등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렉스를 만든 제작사 섀도 로보틱스는 “위장을 제외한 인체의 60~70%가 기계적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는데요. (역시 위장은 섬세하구나...)


 렉스의 인공심장은 100% 플라스틱으로 만든 혈액을 규칙적으로 펌프질합니다. 비장은 혈액 내 오염물질과 독성물질을 걸러내고 췌장은 혈액의 당수치가 올라가면 인슐린을 분비하구요. 인공신장으로는 노폐물을 걸러냅니다. 냉장고만한 혈액여과기인 인공신장은 찻잔 하나 크기로 줄어들었죠. 이중 신장을 제외하면 모두 실제 장기이식에 사용되는 것들입니다. 인공 폐와 방광은 아직 개발단계라고 하네요. 


 기술이 좀 더 발전한다면 이제는 장기이식을 기다리지 않고 인공장기들을 사서 몸의 낡은 장기를 버리고 새 장기를 끼울 수 있게 되겠죠.


 렉스의 팔다리도 놀랍습니다. 손으로는 물건을 잡아서 돌리고 팔로는 들어올리죠. 모터와 용수철로 근육과 아킬레스건의 움직임을 흉내내는 다리는 걷거나 뛰는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힘을 배분합니다. 장애나 사고로 팔다리를 잃었다면 이제는 인공팔이나 인공다리를 사서 끼면 되는 시대가 되는 걸까요.

 이 바이오닉맨은 의사소통도 가능합니다. 인공달팽이관을 통해 소리를 인식하고, 전자홍채와 망막을 통해 빛과 영상을 감지합니다. 합성된 음성으로 말할 수도 있습니다.(이 기술은 우리의 호킹 박사가 써서 이미 유명하죠.) 



 

                                             (이동보조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걷고 있는 렉스. 키는 2미터.   사진출처: 가디언)




 저는 기계는 잘 모르지만 최근 나온 뉴스들을 조합해보면서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퀴즈쇼 ‘제퍼디’에서 승리한 슈퍼컴퓨터 ‘왓슨’이 미국 뉴욕주의 한 대학의 신입생이 돼서 기능을 향상한다는데, 

 DNA저장기술이 향상되면서 단 한 컵 분량의 DNA에 현재까지 만들어진 모든 동영상 정보를 저장하는 게 가능하다는데, 

 이런 식이라면 정말 똑똑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섬세한 작업까지 해내는 로봇이 조만간 등장하는 건 아닐까. 



 전문가들은 일단 그런 로봇이 등장하려면 지각정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로봇의 ‘신경망’이 발달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기술로는 우리의 손주 세대 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네요. (다행인건가...) ‘렉스’가 보여준 것은 인체와 흡사한 보조물의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지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을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이 그랬듯이 사이보그 기술로 무적의 영웅이 된다는 스토리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구요. 

 하지만 어느 기사에서도 ‘로보캅’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음, 너무 바이오닉하지 않아서 그런가?




                                                      (렉스의 모델이 된 베르톨트 마이어박사. 그의 왼손은 바이오닉손. )



 이같은 ‘바이오닉맨’의 등장은 우리 신체에 대한 개념을 상당히 바꿔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그 기계가 효율적이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면 신체지각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렉스의 모델이 된 베르톨트 마이어 스위스 취리히대 심리학교수는 “예전에 착용했던 플라스틱 의수는 가짜처럼 보이는데다 끝에 달린 갈고리는 무섭게 생긴 외양 때문에 사람들을 겁주고는 했다”면서 “지금 착용하고 있는 바이오닉손은 진짜 내 손처럼 느껴져서 빼면 허전하다”고 말합니다. (그가 착용한 바이오닉손은 전세계 2000명이 사용 중으로, 단가가 약 3만파운드라고 합니다.)

 렉스의 다리를 개발한 휴 허 박사는 동상으로 두 다리를 절단했는데, “인공다리로 등산을 할 때면 오히려 예전 다리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네요. 

 기술이, 자연을 뛰어넘는 거죠. 



                                               (속보이는 남자, 렉스.            그래픽출처: 데일리메일) 



 인류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자연적인 진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혁명을 꿈꾸고 있는 듯 합니다. 

 인류의 뇌가 가진 한계는 인터넷과 막강한 정보저장기술을 통해 무한하게 확대되는 중이고, 이제는 인류가 가진 신체적인 한계를 기계를 통해 뛰어넘는 것이죠. 

 이같은 ‘교체 가능한 신체’에 대한 도덕적 논란도 앞으로 적지 않을 듯 합니다. 

 “뛰어난 성능의 인공 보조물을 착용하기 위해 기존의 신체를 절단하거나 떼어내는 것은 과연 도덕적으로 적절한가? 그렇다면 이 인공보조물은 우리의 신체 일부분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인가?"



 예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도입 이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신체 연장선으로 생각한다고 하죠. 

 기억은 인터넷에 '외주'를 줬다고도 하구요. 

그러고보니 기계와 생물의 경계는 이미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군요.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


 영화 <블랙 스완>은 발레단 내의 경쟁을 소재로 한 사이코스릴러죠. 발레작품 ‘백조의 호수’의 주역을 따내려고 발레리나들끼리 벌이는 ‘암투’가 그려집니다. 

 그런데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스타 발레리나였던 아나스타샤 볼로슈코바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톱스타일때 엄청난 질투와 험담이 따라다녔어요.영화 <블랙스완>에 나온 얘기요? 볼쇼이에서 벌어지는 암투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a little flower)에요.”

 또다른 볼쇼이 출신 스타 발레리나인 스베틀라나 룬키나는 “어느 극장에서나 경쟁과 질투는 벌어지지만, 이번 황산테러는 너무나도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고 개탄하네요. 



                                                  (러시아 TV방송과 인터뷰 중인 세르게이 필린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



                                         


 러시아 볼쇼에 발레단의 예술감독이 얼굴에 황산테러를 당한 사건 이후, 볼쇼이의 화려한 무대 뒤의 추악한 권력투쟁이 러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들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예술단의 명성을 고려하면 상당히 불행한 일이죠. 

 세르게이 필린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42)은 지난달 18일 모스크바 자택에 귀가하던 중 괴한이 던진 황산병에 맞아서 얼굴과 목에 3도 화상을 입고 시력을 잃을 위기입니다. 필린 감독은 3일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나를 공격한 이를 알고 있지만, 경찰의 조사발표가 나올 때까지는 이름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네요. 질투와 야심을 품은 내부자의 범행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필린 감독은 솔로이스트 무용수를 미국인을 비롯해 볼쇼이 바깥에서 데려오면서 발레단 내에서 상당한 반발을 샀다고 하죠. 



                                      (4일 아내 마리아와 함께 모스크바 공항에서 독일행 항공편으로 이동하는 필린 볼쇼이 예술감독. 사진:AP)


                                               (필린의 공연 모습.      사진: AFP)



 눈을 잃으면 커리어를 잃는 그의 심정은 지금 어떨까요. 볼쇼이 아카데미에서 발레를 시작해 1988년 발레단에 입단, 수석 발레리노를 거쳐 2011년 3월 예술감독이 된 그는 평생 발레밖에 모르는 사람일텐데요. 그는 이번주에 독일로 가서 오른쪽 눈의 시력을 구하는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신부님께 나는 그들을 용서했고 하느님이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군요. 



                                           (니콜라이 치스카리체, '세헤라자데' 볼쇼이 공연 모습. )



 현재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는 볼쇼이의 또다른 대표적 무용수인 니콜라이 치스카리체(40)가 꼽히는 듯합니다. 

 그는 지난 수년간 극장 총감독인 아나톨리 익사노프와 필린 감독에 대해 극장운영의 실패와 부패 등의 혐의를 줄곧 제기해왔던 인물입니다. 10억달러 들여서 6년만인 2011년 끝낸 볼쇼이 극장의 리노베이션 공사에 대해서도 ‘터키식 호텔’같다(깊이가 없는 싸구려같다는 의미로 쓰인듯)고 독설을 퍼부었다죠.

 그는 예술감독직을 놓고 필린과 경쟁했던 사이입니다. 두달 전 그의 팬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 필린을 해임하고 치스카리체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죠. 

 황산테러 사건 당시 그는 다른 극장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와 관계된 이가 필린을 겨냥해 테러를 벌였을 가능성에 경찰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볼쇼이 극장의 내부 모습) 



 치스카리체는 이번 테러 공격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문제를 볼쇼이의 리더십에 돌렸습니다. “내부자 소행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그들은 볼쇼이의 유구한 역사와 볼쇼이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을 모욕했다”고 말했군요. 

 볼쇼이 내에서는 그가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한 무용수는 집에 마약을 심어서 혐의를 뒤집어 씌우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네요.



 치스카리체의 비판은 귀기울일 만한 지점이 있는데요. 극장 리노베이션은 화려하게 됐지만 정작 무용수들의 리허설 공간은 줄어들었고, 극장 앞줄 티켓은 2만2000루블(미화 700달러)에 팔리지만 대부분의 발레리나들의 급여는 하급 공무원 수준에 그쳐 ‘분배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발레단도 자본주의의 잘못된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죠. 2003년 볼쇼이에서 ‘뚱뚱하다’며 해고됐던 볼로슈코바는 “볼쇼이 여자 무용수들이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부호)들의 파티에서 에스코트 역할을 했다”고 폭로해서 발레단을 발칵 뒤집은 일도 있었습니다. 

 볼쇼이 발레단은 1995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30년만에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에 상당한 잡음이 밖으로 새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냉전시대 철의 장막에 가려져있던 무대 뒤의 모습이 노골적일만큼 드러났죠. 2000년 이후 예술감독만 세 번이 바뀐 것도 발레단의 불안정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죠. 2008년 알렉세이 라트만스키가 “습관과 전통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며 물러났고, 2009년에는 알렉산데르 베데르니코프 음악감독이 “발레단 측이 관료적인 이익을 예술적 이익보다 먼저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순회공연 첫 날 사임했다죠. 필린 예술감독의 전임자인 게나디 야닌은 동성애와 관련된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임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누군가 악의적으로 야닌의 사진을 퍼뜨렸을 가능성이 제기된 적이 있죠. 



                                           (백조의 호수에서 공연 중인 스베틀라나 룬키나)


 게다가 지난달 29일엔 볼쇼이의 스타 발레리나인 스베틀라나 룬키나가 제작자인 남편의 영화투자 사업과 관련해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러시아로 귀국하지 않고 캐나다에 머물겠다고 밝히면서 볼쇼이를 둘러싼 위기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룬키나가 용의자여서 귀국을 기피하고 있다고 보도한 모양인데, 원문 텍스트 중에는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없어요. 오역이 아닐까 싶네요. 


 현재 발레단은 <백조의 호수>를 공연 중이지만, 내달 무대에 올릴 예정이던 <봄의 제전> 공연은 연기한 상태입니다.

 1776년 창단 이래 프랑스 나폴레옹의 침공과 러시아혁명과 볼셰비키 정권과 구소련 붕괴에도 살아남은 예술단의 명성 역시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최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