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중인 아프리카 서부의 내륙국가 말리에 대해 전 식민통치국 프랑스가 내전개입을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한때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꼽히던 이 나라, 14세기 거대한 왕국을 꾸리고 팀북투같은 아프리칸 이슬람 문명과 상업의 중심지를 일궈냈던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내전은 북부와 남부 2파전 양상으로 지난해부터 진행돼왔습니다. 

 말리의 북부 사막지대에는 전체인구의 10%를 차지하는 투아레그족이 삽니다. 이들은 말리가 1960년 프랑스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됐을 때부터 자신들의 국가를 꾸리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밤바라족을 비롯한 사하라 이남의 검은 민족들이 중심이 된 중앙정부의 진압으로 번번히 좌절돼왔습니다. 구식무기만 들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죠. 

 


                                              

                                                      (투아레그족 반군. 사진출처/글로벌디스패치닷컴)


 변곡점이 된 것은 2011년 리비아 내전이었습니다. 용병으로 참전했던 투아레그족은 내전이 끝나자 리비아에서 현대식 무기를 들고 본국으로 귀국합니다. 

 북부에서 이들은 ‘아자와드해방운동’(MNLA)을 본격화해나갈 수 있는 무력을 갖게 된 겁니다. 

 이를 바라보는 말리의 군인들은 초조해집니다. 정부는 도대체 뭐하나. 그리고 보다못해 2012년 3월 한 무리의 젊은 군인들이 수도 바마코의 대통령궁을 장악하는 쿠데타를 일으키죠. 1992년 첫 민주선거 실시 이래 보장돼온 민주정부를 군부세력이 뒤집는 역사의 후퇴였죠. 

 매우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중앙정부의 대혼란을 틈타 북부의 반군은 북부의 분리독립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X맨은 누구냐.)

 

                                           (쿠데타 직후 말리 군인들. 사진출처/슬레이트아프리크닷컴)


 그런데 북부에서는 세력 투쟁이 벌어지고, 투아레그 민족주의자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밀려납니다. 

 말리 북부의 3분의 2, 그러니까 프랑스만한 땅덩이를 확보한 이슬람주의자들은 파죽지세로 남부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점령한 도시들에서 무자비한 샤리아(이슬람 율범)를 휘두릅니다. 연인들은 돌맞아 처형되고, 도둑질한 이는 손목이 잘리고, 축구도 금지됐습니다. 가무를 좋아하는 이 지역에서 춤과 음악도 금지시켰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손꼽히는 팀북투의 아름다운 이슬람 유적들도 이들은 이단으로 지목해 파괴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팀북투의 이슬람 유적.)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접국가들도, 유엔도 좌불안석이 됩니다. 

 예멘이나 소말리아처럼 아프리카 지역을 불안정하게할 테러리스트의 근거지가 아프리카 서부에 들어서게 된다면 정말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현재 북아프리카는 정치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2011년 ‘재스민 혁명’으로 독재자들이 사라진 자리에 민주정부가 들어섰지만, 

 세계경기침체 여파로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걸음마를 시작한 민주주의 역시 매우 취약합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이 그렇지요. 

 특히 알카에다 연계조직이 지난해 9.11에 맞춰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을 공격한 사건 등을 볼 때 이같은 혼란은 테러조직에 좋은 자양분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출격을 준비하는 프랑스 공군 전투기 조종사. 사진/AFP)



 이에 지난달 유엔보장이사회는 말리에 대해 1년간 평화군 파병을 승인했습니다. 

 프랑스군은 지난 11일부터 말리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라팔 전투기로 북부 이슬람 무장세력의 거점을 폭격했죠. 바로 전날 정부군이 장악한 주요도시인 코나가 반군의 수중에 떨어지자 이같은 전세가 계속되다가는 남부까지 장악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도됩니다.

 분리독립하겠다고 맨 처음 깃발 들고 나섰지만,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땅을 빼앗긴 투아레그족도 이들에 맞서서 싸우겠다고 나섰습니다. 

 미국도 곧 무인기를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영국도 병력 수송 등을 돕겠다며 나섰네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자료사진)


 하지만 프랑스가 옛 식민지인 말리의 내전에 개입한 데 대해 고운 시선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과거 식민국가 일에는 더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던 프랑수아 올랑드는 입장을 불과 반년 만에 뒤집고 “우방국을 보호하는 것과 테러와의 전쟁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며 말리에 파병을 했습니다. 

 여러 나라들이 개입 분분 파병 분분했지만 실제로 군사력을 보낸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죠. 말리 일부 언론들은 “구세주 올랑드” 찬가를 부르고 있지만, 일부 아프리카 언론은 올랑드의 의도를 의심하죠. 성격이 물렁하다고 해서 ‘마시멜로’(물론 살빼기전의 비만상태를 지칭한 것이기도 합니다만)으로 불리던 올랑드는 현재 지지부진한 경제실적에다 야심찬 공약이던 ‘부자증세 75%’가 최근 타격을 받으면서 국내 정치에서 어려운 입지에 놓였거든요. 

 이번에 강한 남자! 의 모습을  나라밖에서 보임으로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거죠. 


 프랑스가 말리 내전에 개입하게 된 또다른 이유로는 과거 식민지역인 마그레브(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지역의 경제이권도 꼽힙니다. 이들 지역에서 정치적으로는 물러났지만 경제적으로는 프랑스의 영향이 아직 적지 않죠. 만약 서부 아프리카 국가인 말리가 이슬람 세력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지역이 불안정해질거고 곧 프랑스의 이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이죠.  


 하지만 말리 내 군사작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소말리아에 발목 잡혔던 1990년대의 미국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말리 작전이 ‘단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단 아프리카 연합군 3300명 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프랑스 파병을 2500명까지 늘린 다음에는 아프리카 병력들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바꾸겠다는 건데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올랑드가 ‘부수적’으로 얻었던 정치적 플러스가 하염없는 마이너스로 바뀌는 것은 문제도 아니겠죠. 

 특히 이슬람 단체들은 프랑스를 겨냥한 테러공격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 본토를 타격할 역량은 되지 못하지만 마그레브 지역에서 프랑스인들과 시설물들을 겨냥하는 것은 가능하겠죠. 프랑스는 테러 경계수준을 올려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상 간략하게 말리 내전과 서방의 개입을 둘러싼 논란까지 짚어봤습니다. 



                                                       (말리의 3색 국기)




Posted by 최민영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귀요미 2013.01.16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리 기사는 많아도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해 준 것은 별로 못 봤는데 정말 훌륭한 글이네요!
    페북계정 없어서 좋아요 못 누르지만 백만개 드리고 싶어요.

  2. 최민영 2013.01.16 1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원하게 맥락을 보여주는 국제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3. 한울(개명예정) 2013.01.18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가 막힙니다. 프랑스가 군 파병을 하게 되어서, 말리 내전은 격화되고 있습니다. 굳이 남의 나라 내전에 개입할 필요 있을까요? 10년 넘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했지만,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외에는 실질적인 소득 없고, 전사자만 1000명을 넘는 둥 피해가 막심합니다.

  4. 한울(개명예정) 2013.01.18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가 막힙니다. 프랑스가 군 파병을 하게 되어서, 말리 내전은 격화되고 있습니다. 굳이 남의 나라 내전에 개입할 필요 있을까요? 10년 넘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했지만,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것외에는 실질적인 소득 없고, 전사자만 1000명을 넘는 둥 피해가 막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