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렸던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움(ISOJ)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들을 간략하게 블로그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좋은 정보는 나눠야 빛을 발하니까요. (블로그쥔장 백)
사람의 삶을 다룬 통계그래픽에서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수치의 '일부'가 됩니다.
큰 집을 구성하는 하나의 블럭으로 '사물화'되는 경향이 많죠.
그래서 굉장히 가슴아픈 통계임에도 불구하고 무덤덤하게 접하게 됩니다.
특히 2차원적인 지면용 그래픽은 그 한계에 종종 부딪히곤 합니다.
그 통계숫자 이면의 '사람'을 담아내는 데이터 시각화는 어떤 방식이 돼야 할까요.
지난 4월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움에 발표자로 참석한 킴 리스(페리스코픽)는 그 혁신적인 방식을 보여줍니다.
미국 내 총기사망자가 주제였죠.
그래픽이 무대 화면에서 흐르는 순간 저를 비롯한 청중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거든요.
FBI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3년 5월 기준 총기사망자 숫자는 3299명입니다.
리스는 이 통계에서 우리가 잃은 것을 발견합니다. 바로 총기로 인해 도둑맞은 그들의 '생명'과 '삶의 가능성'이죠.
그는 '사망자 숫자'를 넘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이 세상을 더 살 수 있었던지에 주목합니다.
그래픽에 '감정'을 불어넣은 겁니다.
영상으로 구현되는 그래픽에서
29세에 사망한 알렉산더 립킨씨는 93세까지 살 수 있었고,
24세이 사망한 버나드 길리스는 84세까지 살 수 있었습니다.
자료는 FBI통계 등을 인용해서 예상 수명까지 감안했다고 하네요
그래픽 속에서 사람들은 마치 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밝은 빛을 잃고 스러집니다.
그래픽에는 가느다란 차임 효과음을 입혔구요.
웹상의 그래픽 구현방식은 이곳을 클릭하시면 새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꼭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움에서 발표 중인 킴 리스. 사진출처/ISOJ 홈페이지
리스는 그래픽을 통해 사람들의 이해를 깊게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참여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통계자료는 그 자체만으로도 객관성을 인정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 '자료'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통계가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잘 구성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장문의 텍스트 기사를 넘어서는 저널리즘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날 그는 자신의 발표를 지난 3월 총기로 인해 숨진 13개월짜리 남자아기 안토니오 산티아고에게 헌정했습니다.
저는 이 그래픽을 10번쯤 다시 봤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고 소름이 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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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인포그래픽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네요.(이 경우에는 모션 그래픽이라는 말이 더 적확하겠지만요!) '무엇을 전달하는가?'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중요해진 '어떻게 전달하는가?는 앞으로도 많은 발전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언론사들의 인포그래픽이 본격적인 궤도에는 오르지 못한 상황이라고들 하죠. 좋은 그래픽은 재료도 좋지만 전달능력도 그에 못지 않게 좋아야 하는 듯해요.
어라라, 저는 좋은 인포그래픽 자체가 전달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님은 인포그래픽 또한 재료에 더 가깝다는 관점이신가요?
그것이 아니옵고, 인포그래픽의 '재료'가 되는 원데이터도 좋아야 하지만, 그 데이터를 구현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는 매우 하나마나한 얘기였습니다.;;;
아 ㅋㅋ 넵, 이놈의 난독증;